드넓은 광장. 고막을 찢는 진동이 도시 전역에 퍼지며 주변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진동을 만들어낸 것은 십자 눈을 한, 적색의 괴수였다.

주변의 인간들이 겁에 질려 움직이지도 못하고 쳐다만 보는 것을 안 괴수는 고개를 돌려 팔을 벌리고는 그 흉측한 입을 열었다.

그것만으로도, 일대의 인간들이 겁에 질려 도망가게 하기엔 충분했다.

한 명을 제외하고 말이다.

진동의 발생점에서는 한 백발의 남자가 상처 하나 없이 걸어나와 분노의 열변을 토했다.

"너! 막되먹은 것에도 정도가 있지, 갑자기 초면인 사람 얼굴에 공격을 갈기는 건 어디서 배워먹은 짓이래?! 아무리 인간이 아니라 해도, 이딴 태도는 관대한 나라도 봐주기 힘들거든?! 되먹지 못하게 생긴 짐승 자식이! 네 그 방금의 행동이, 냐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라는건 알고 있는걸까나?!"

"되..먹지 못한 건...너의 그...입이로군."

지상에 내려앉은 그 괴물은 파편을 모아 대검을 만들어내며, 남자의 신경을 긁기에 충분한 답변을 했다.

"어차피 싸우...려고 이..곳에 온 것....일텐데, 조금은 즐겁..게 해줬으면 좋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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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을 몇 번이나 반복하게 만들 셈인지는 모르겠지만, 안 통해. 무의미해. 소용없어. 안 먹힌다고. 이쯤 했으면 알고도 남을 텐데, 보고도 모르겠어? 너를 포함해서, 나를 죽이겠다고 날뛴 녀석이 몇 명이고 왔었어. 결과는? 보다시피 먼지 한 톨 나에게 묻히지 못했어. 모르겠어? 너외 나의 차이를? 너같은 것들이 얼마나 씩씩대며 몰려들든, 변하는 건 없어. 그럼에도 분수를 모르고 공격하는건 있잖아...아무리 생각해도 나의 흔들릴 리가 없는 자존심이 상처받는데.."

이미 문명의 흔적만 남아버려 본연의 색을 잃은 시가지에서, 백발의 단정한 옷차림의 남자가 입을 열었다.

자칭 세상에서 제일 무욕하며 인생이 충족된 자였다.

"......"

그의 시선 너머에 서 있는 붉은빛의 괴수는, 신체의 일부가 손상된 것을 서서히 수복하며, 조용히 남자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딱히 듣고 싶었던 것은 아니였다. 오히려 이정도로 영양가 없는 대화도 없을 것이였다.

십자형의 눈을 가진 그 괴수는, 굳이 인간의 언어로 대답해주기도 싫었기에 손가락을 까닥대며 도발로 응했다.

여러 조각으로 나눠진 자신의 무기를 만지작거리며, 비웃듯이 도발하는 그 괴수에 대한 분노가 드디어 폭발헸다.

남자가 허리를 숙여 자갈을 주워들고는, 그대로 어린아이가 흙장난을 하듯 퍼올렸다.

퍼올려진 흙은 괴수를 그대로 통과하여, 뒷편의 빌딩 잔해에 도달했고, 빗방울이 천장을 때리는 소리를 내며 그대로 뚫고 지나갔다.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파편으로 이루어진 무기는, 남자를 몇 번이고 난도질했음에도 피해를 입히지 못하고 시간만 낭비할 뿐이였다.

이러한 교착 상태가 지속된 지 벌써 몇 시간이 흘렀다. 남자와 괴수는 서로, 유효한 상처 하나 나지 않은 채 무의미한 공격만을 반복할 뿐이였다.

'생각해라. 평범한 인간의 육체로, 저런 능력을 감당할 수는 없다. 반드시 어딘가에 부하를 짊어지는 것이 있을 것이다.'

'심장을 포함해서, 모든 장기가 기동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정지해 있어....이유가 뭐지?'

'저 남자는 자신의 짝을 꺼리낌 없이 죽여도 이상하지 않을 성품을 지녔다. 그런 남자가 자신의 반려가 공격받는다고 민감하게 반응한다면...'

괴수는 남자의 능력을, 알 것만 같았다.

저 이형의 권능을 풀 수 있다면, 승리는 자신의 것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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