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는 따뜻한 색감을 띄었다.


벽지, 난로 공기, 웃음소리, 부드러운 커피.


피 묻은, 살갗마저 태우는, 무수한 눈물이 섞인, 그리고...


음란한 악의가 느껴지는 감촉.


“이나! 무슨 생각해?”


“힛?!”


스카프를 두른 숙녀는 깜짝 놀라 괴상한 소리를 내고 말았다. 


반대편에서 서로 장난치던 친구들이 놀라 멈추곤 갸웃거린다.


“무슨 일이야?”


어깨를 건드렸던 붉은머리 여자애가 무안한 표정으로 손을 꼼지락댔다.


“별 거 아니야. 그냥 놀라서.”


“괜찮아? 미안...”


“아냐, 아냐. 멍 때리고 있었던 것 뿐인걸.”


애써 웃음을 지어보이는 이나였지만, 넓은 이마 아래 그늘진 눈가는 지워지지 않았다.


오랜 지기이자 눈치 빠른 키아라가 그것을 놓칠 리 없었다. 


“왜 그래? 요즘 뭐 고민 있어?”


“으응?”


“너 평소하고 많이 다른것 같아. 그치 얘들아?”


“그런가? 난 잘 모르겠는데.”


“조금 다른 것 같기도?”


천진난만, 인생무상의 다른 해맑은 친구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나는 양손을 내저으며 부인했다.


“아냐, 정말 괜찮아. 그냥 한동안 작업이 많아서 좀 피곤했던 거야.”


“그래? 흐응...”


“걱정해줘서 고마워.”


다시금 정신을 차리고서 친구들과의 대화에 참여하는 그녀를 키아라는 유심히 지켜보았다. 


그렇게 여자들의 모임이 끝나고.


눈 내린 밤, 택시를 타고 떠나가면서 키아라는 손을 흔들었다.


“무슨 일 있으면 꼭 얘기해줘야 한다? 언제든지 괜찮으니까!”


“어, 걱정마! 고마워!”


키아라를 배웅하고서, 옅은 미소를 지은 채 떠나가는 택시를 지켜보는 이나.


택시가 어둠 속으로 사라져가고서도 잠시간 가만히 서 있던 그녀가 돌아섰을 땐, 그 평온함은 온데간데없이 잔뜩 찌그러진 입매였다.


마치 화난 듯, 혹은 무언가를 참는 듯, 또한 짙은 자극에 절여지는 듯. 


어딘가 초점이 맞지 않는 눈으로 무언가를 노려보면서, 그녀는 눈 쌓인 보도를 걸어간다. 


절대로 이야기할 수 없다.


꾸욱-


정체모를 고대신과의 계약으로, 지금 이 순간조차도 자궁이 촉수로 가득차 있다는 말 따위,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물컹- 


친구들과 헤어지고 나자 기다렸다는 듯 뱃속의 촉수덩어리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찌걱-


잠시도 기다리지 못하겠는지 그녀의 보지 밖으로 툭, 튀어나온 촉수는 팬티를 젖히더니.


마치 불만스러운 것처럼 쫀쫀한 청바지를 쿡, 쿡- 찌르다, 오른쪽 다리를 휘감으며 비집고 내려오기 시작했다. 


점액에 청바지가 검게 젖어간다. 


“!!!”


당황한 바닷색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리다가, 반대편에서 다가오는 행인에 고정됐다. 


그녀는 다급히 골목으로 들어섰다.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신음성을 양손으로 틀어막았다.


잠시 후.


저벅, 저벅, 저벅...


다행히도 행인은 별 일 없이 지나갔다. 


그러나 그녀의 자궁을 점령한 침입자는 이대로 끝낼 생각이 없는 듯했다.


푸욱-!


다리를 휘감던 매끈매끈한 촉수는 어느새 방향을 틀어 순식간에 뒷구멍을 파고들었고.


뒤이어 두 가닥, 세 가닥이 답답한 바지 옷감에 몸부림치더니, 첫 번째를 따라 똥구멍을 향해 파고들어갔다. 


“으흐웃...!”


양손을 꽉 쥔 채 벽을 붙잡고, 엉덩이를 뒤로 쭉 빼며, 눈이 올라간 여자. 


만일 누군가 보았다면 굉장히 꼴사나운 몰골이었겠으나, 을씨년스러운 골목에는 오직 찬 바람만이 불 따름이었다. 


콱-


그녀는 다리를 꼭 오므려 잠시 붙잡은 채, 고개를 숙인 채 보지를 향해 따지듯이 애걸했다.


“친구랑 만날 때는, 안 그러겠다고 했자나아아...”


붙잡힌 상태에서도 꼬옥- 푹- 파고들어오는 촉수의 감촉에 의도치 않은 비음이 섞여, 마치 애교처럼 들렸다. 


“걔네가 가긴 했지만, 그렇지마안...! 밖에서 이러면, 아흐읏!”


이제는 버티기 힘든 듯, ㄱ자로 상체를 숙인 채 한 손은 벽에 기대고 다른 손으론  애걸하듯이 고간을 붙잡았다.


“나, 나, 그만, 이제 더이상...!”


미끌-! 

그녀는 경련하다가- 차가운 눈바닥에 뒤로 꽈당, 넘어져버린다.


직후 눈동자가 위로 올라갔고, 아예 허리를 꺾으며 성대하게 가버리고 말았다.


푸슛- 푸슛-


누가 보더라도 듬뿍 젖어든 청바지.


촉수들은 그녀가 절정하는 와중에도, 민감한 곳을 자비 없이 계속해서 밀고들어갔다.


마침내 끝이 나고, 대장을 꽉 채운 채 꿈틀거리는 감각에 겨우 정신을 차린 그녀.


닫히지 않는, 얼얼한 보지를 감싸쥐며 힘겹게 몸을 일으켜 집으로 향한다...



어두운 단칸방. 


그 안에서, 이나는 타블렛을 깔고앉은 채 보지를 비벼대고 있었다. 


아니, 자세히 보면 보지가 아니다. 

그 안에서 튀어나온 딱딱한 금속질의 펜.


그것이 꼬옥- 질벽에 붙잡힌 채 이나의 허리놀림에 따라 액정에 부딪혔다.


토옥, 톡.


그 위에 피어나는 것은- 


무언가 역겹고도 아름다운. 

이해하기 힘든, 그러나 사람의 눈길을 사로잡는. 

형체가 없지만, 그럼에도 어떠한 알지 못할 규칙성을 띈 무수한 선들. 


그녀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응, 읏, 그읏...”


펜이 화면바닥에 닿을 때마다 오싹- 어깨를 움츠리고, 파르르- 허벅지를 떨면서도 황홀한 듯한 미소를 짓는다. 


바닷빛 눈동자는 자신의 그림을 보지 않았다.


그보다 높은 곳. 


하늘보다 깊은 심해, 그 짙고도 컴컴한 소라고동 속에서 들려오는... 


“으그긋”


그 편린을 목격한 것만으로도 이나의 눈깔이 뒤집히고, 보지가 절로 높이 치솟아 달달달달달 떨렸다. 


푸슉- 푸슉!


마침내 성대한 물줄기가 방 안을 높이 비행했다.


그 팔다리는 죽은 듯 나무토막처럼 널부러졌다. 


그러나 작게 경련하는 손가락과 새근새근 내쉬는 숨소리가 그녀가 아직 살아있음을, 그저 잠들었을 뿐임을 보였다.


이나는 본래 훌륭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녀 특유의 어둡고도 미스테리한 화풍은 많은 팔로워들의 호평을 받았고, 덕분에 그림만 그려도 먹고살 만한 여건이 되었다. 


작년 3월, 정체불명의 경쟁자 하나가 나타나기 전까지만 해도. 


Mumei_Nanashi


그는 모든 면에서 그녀의 상위호환같은 존재였다. 


비슷한 화풍. 


그러면서도 따라갈 수 없는 퀄리티, 디테일, 창의력으로 모두를 압살하는 존재. 


몇 달에 한 번 그림을 낼까 말까인 이나에 비해 매일, 심하면 몇 시간만에 한 장을 그려 올리는 괴물. 


인간의 모방으로는 신이 내린 광기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일까?


그녀는 질투에 휩싸였다. 


이래선 안 된다고, 비교는 무의미할 뿐이라고 수없이 되뇌었지만...


다음날, 또 다음날이 되면 그 질척거리는 감정은 더욱 불어나 그녀의 몸과 마음에 달라붙었다. 


슬럼프에 빠져 그 어떤 그림도 완성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문득 도서관에서 어떤 책을 읽었다.


그것은 이젠 잊혀진 고대신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와 계약하면 자신의 소원을 이룰 수 있으며 보다 고차원적인 존재로 진화하게 된다나?


“바보 같아.”


그녀는 코웃음쳤지만, 어째서인지 그 말이 하루종일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 소원을 이룰 수 있다.


그렇게 7개월이 지났다.


그녀는 고대신을 불러일으키는 의식을 시도했다.


의식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고, 다음날 이나의 자궁에는 작은 생명이 싹텄다. 


이후 그녀는 슬럼프에서 벗어났다.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차갑게 굳어 있던 트위터 계정에도 업로드가 재개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예전에 한창 활동하던 시기보다도 훨씬 많은 사람들이, 좋아요를 눌러주었다. 


그녀는 자신이 그린 그림을 들고 눈물을 흘렸다. 


“아, 아아-”


너무 음침하고 역겹다며 눈을 돌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녀의 그림에 환호하고 열광하는 이들이 더 많았다. 


하지만 이젠 아무래도 상관없다.


“아아아!”


내가 더 잘 그린다.


아니.


나만 그릴 수 있다. 


*


쏴아아아-


샤워기로부터 물이 쏟아진다.


욕탕까지 낙하한 온수는 수면 위를 맴돌다, 금세 욕실 바닥으로 흘러내린다.


주르륵...


물이 흘러넘치는데도 잠기지 않는 수도꼭지.


수증기로 뿌연 샤워실 안을 작은 신음성이 메아리쳤다. 


“아읏...살살, 천천히...”


네 줄기의 촉수들이 그녀의 똥구멍을 비집고 나온다.


하나하나가 손가락처럼 가늘었으나, 힘이 무척 강했다.


그것들이 마치 이나를 속박하듯 팔다리를 묶고, 욕탕에 고정시켰다. 


“알았어, 이번에는 안 도망칠 테니까. 손목 조금만 풀어줘. 아프단 말야.”


부탁하자 들어주는 스윗한 촉수들. 


그녀가 고맙다고 말하려던 찰나, 그것들은 유두를 사정없이 깨물었다. 


“아...?”


갑작스런 자극에 신음성을 차마 끝까지 내뱉기도 전.


푸욱-!


무언가 가느다란 실 같은 것이 젖꼭지를 깊게 파고드는 감각에, 이나의 입이 저절로 열린다.


“아, 아아?...아아아앗?!”


자극이 반복되면 무뎌지던 원래 젖꼭지와는 달리, 촉수가 파고든 그곳은 마치 제 2, 3의 클리토리스라도 된 것마냥 끝없이 쾌감의 역치를 두드리며 돌파되어갔다.


허리가 활처럼 휘고, 물 밖에 나온 생선마냥 제멋대로 튀어오르는 신체 곳곳을 촉수가 꽉 고정. 


그렇게 잠시 후,


푸쉬잇-!


절정과 함께 성대하게 내뿜어진 조수가 욕실 벽을 적셨다. 


“으극...”


어떤 준비나 애무조차 없이 갑작스럽게 다다른 유두절정이었기에, 몸이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만일 아래서 그녀를 받쳐준 촉수들이 없었다면 이 자그마한 물 속에 빠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그저 본 게임을 위한 예열과정에 불과했다. 


뻣뻣하게 추숙했던 팔다리가 점차 이완돼가고, 슬림한 몸이 다시금 물 안으로 잠겨들어갈 때,


“하아...하아...”


거친 숨을 내쉬며 여운을 감당하던 그녀의 안색이 새파래졌다. 


큰 것이 온다. 

이나는 뱃속에서 꿈틀거리며 나아가는 그것의 감촉을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아, 안...”


그 거대한 사이즈에 이나는 본능적으로 뒷구멍을 꽉 쪼였지만, 그 즉시 촉수들은 괴씸하다는 듯 모여들며 클리와 유두를 깨물어댔다.


“그, 햐아앗-!!”


가버린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마당에 민감한 부위를 사정없이 괴롭혀지니, 이나는 순식간에 또다시 절정하고 말았다.


파들파들-


똥구멍에서 튀어나온 네 줄기의 촉수에 밧줄처럼 온몸이 휘감겨 감전된 것처럼 떨어대던 그녀는, 이내 마치 기절이라도 하듯 축 늘어졌다. 


힘이 빠진 틈을 타 굵직한 두께가 순식간에 장을 밀면서 내려왔고, 이윽고 배출구를 눈앞에 둔다.


꾸구국...


그 거북한 감각에 잠시 기절했다가도 정신을 차린 이나가, 자신의 아랫배를 보며 어떻게든 저항하려 했다. 


“안 돼, 찢어져, 아...!”


허나 부질없는 손짓은 강한 촉수에 붙잡혔고, 연속된 절정에 힘을 다 쏟은 항문은 거대한 존재를 막아내지 못했다. 


쭈악-!


순식간에 문이 열리고, 귀두를 닮은 촉수의 끝부분이 불룩- 튀어나왔다.


한 번 나온 이상 이후부터는 일사천리였다.


미끌미끌한 점액질이 윤활유가 되어, 따뜻한 온수를 뱀처럼 유영해 올라온다. 


당연히, 그 움직임을 감당해야 하는 본체는 죽을 맛이었다. 


“끄, 그그, 으극...!”


눈을 까뒤집은 채, 기절에 가까운 상태에서도 본능적으로 몸부림치는 그녀. 


이에 한계까지 팽창한 뒷구멍이 출입을 막으려는 듯 조여들지만, 질긴 촉수를 끊어낼 순 없었다. 


마침내 거대촉수자지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주륵- 툭, 툭...


이나는 자신의 복부 위로 쏟아지는 투명한 점액 덩어리들의 무게감에 겨우 그것과 눈을 마주쳤다. 


그것은 낮의 골목에서 그녀의 뒷구멍을 파고들었던 촉수들과는 조금 달랐다.


마치 문어의 촉수처럼 매끈매끈하고, 생명력 넘치는 근육질인 것은 같으나...크기가.


아까가 개울가의 물뱀이었다면, 지금은 열대우림의 아나콘다나 다름없다. 


당연히 그것이 몸 안으로 밖으로 꿈틀거리는 이나는 죽을 맛이었다.


“흑, 허억, 아하앗, 으극...!”


촉수가 쭈욱- 빠져나올 때마다, 그녀는 마치 자신의 내장마저 같이 딸려나가는 듯이 몸부림쳤다. 


“이제, 됐잖아...!?”


간신히 비명을 지르듯 뱉어낸 말. 


그 말을 들은 괴물 촉수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숙여 아래로 향했다. 


“아.”


촉수가 향하는 곳을 확인한 이나의 밤빛 눈동자에서 빛이 사라져간다.


그러거나 말거나, 메테오만한 촉수가 자그마한 소녀의 입구 앞에 닿았다. 


도무지 그 비좁은 틈새에 들어갈 리가 없는 무지막지한 크기.


순간 그녀의 표정에 절망이 차올랐다. 


곧이어 감당할 수 없는 자극의 해일로 형편없이 구겨질 표정이었다. 


“오고곡- 케헥, 윽...!”


호흡곤란에 다다른 그녀는 신음성이라기보단 꽉 막힌 가스관같은 소리를 내며 박혔고. 


“흡, 으흑, 큽, 흐읍, 읏...!”


썰물 빠지듯 촉수가 빠져나간 후에야 찌그러진 폐로 조금이라도 호흡하려 발작해댔다. 


마치 이나니스라는 여자가 아닌, 저 거대한 촉수를 감싼 포장지가 된 것만 같았다. 


구겨지고, 펴지고. 꽉꽉 눌러담기고, 우수수 빠져나가고. 시야가 깜깜해지고, 번쩍 뜨이고. 


그럴 때마다 팔다리는 무작위적으로 뒤틀렸으나, 번번이 찐득하게 달라붙은 촉수들에게 붙잡혀 아무 소용없는 허우적거림으로 변모할 따름이었다. 


촉수 자지가 부르르- 떨자, 이나의 복부도 따라 위아래로 진동했다. 


그렇게 억겁 같은 피스톤질이 끝났다. 


거대귀두가 자궁구에 공성하듯 부딪혔다.


쿠웅!


그 충격에 이나가 입을 쩍 벌리든 말든, 그녀의 입구에 콱 달라붙은 귀두가 울컥- 크게 부풀어오르더니, 정액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울컥! 뷰르릇! 콸콸콸-


안 그래도 작은 체구의 이나다. 


그런 그녀가 한계까지 받아들인 촉수 자지가 질 내부를 주름 하나하나까지 꽉 채우고 있었기에, 찐득한 백탁액은 거의 밖으로 새지 않고 오직 내부로만 밀려들어갔다. 


계속, 계속, 끝없는 사정.


자궁이 물 넣은 풍선처럼 부풀어오른다. 


혼절한 지 오래인 이나의 입이 절로 열렸다. 


“오고곡...으극...끄흑...”


마침내, 더이상 주입했다간 정말 터지겠다 싶었을 무렵, 자지촉수가 빠져나왔다.


휘청-


이윽고 그 거체를 욕실 허공에서 불안정하게 꿈틀대더니, 질퍽! 바닥에 떨어져 죽었다. 


뱀처럼 작은 촉수들은 상관하지 않고 이나를 욕조 속에 편안하게 앉혔다. 


약간 볼록해진 아랫배를 촉수에 감긴 손이 무력하게 쓰다듬는다. 


그녀는 마치 엄마가 된 것 같았다. 


뒤늦게 허연 정액이 구멍으로부터 물 속으로 흘러나와 바닥에 깔려갔다. 


*


키아라는 택시에 타고 있었다. 


창 밖, 흘러가는 도시는 잿빛 색깔이다. 


그 위로 흐릿하게 비친 그녀의 표정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최근 들어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그녀의 오랜 친구 때문이었다. 


 - 와ㅏㅁ도4대


집에 찾아가도 되겠냐는 물음에 어젯밤 이나가 답해온 메세지다. 


촐싹대는 다른 친구들이었다면 이런 걱정이 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허나 기억속의 이나는 항상 차분하며 여유로운 웃음을 짓고 있어서, 누군가와 메세지를 주고받더라도 오타를 내는 법이 없었다. 


“다 왔수.”


퉁명스런 택시 기사가 돌아보았다. 

키아라는 계산하고 내렸다. 

떠나는 차를 뒤로하고, 음산한 아파트로 향한다.


‘원래 이런 분위기였나...?’


조금 더 활발했던 것 같은데. 

라며 중얼거리는 키아라의 눈에 닫힌 창문들이 보인다. 


그러나 잠시 후, 커튼 사이로 조그마한 촉수 하나가 고개를 빼꼼- 하고 내밀었다. 


물론 이미 아파트 안으로 들어선 키아라는 눈치채지 못했다.


“앳취-!”


그녀는 재채기를 했다.


“어우, 무슨 엘레베이터에 먼지가 이렇게 많아?”


띵-!


문이 열렸다.

손을 휘저으며 내린 키아라가 우뚝 섰다.


복도에 안 들인 택배가 가득하다. 

집집마다 거의 서넛씩은 문 앞에 놓여있었는데, 개중에는 음식이 담긴 스티로폼 상자도 보였다. 


이상한 일의 연속이다. 

그녀는 무언가 불안함을 느꼈고, 그래서 더더욱 이나의 상태를 확인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똑똑-


그녀는 문을 두드렸다. 


“누구야~?”


밝아 보이는 이나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키아라는 조금 안도했다.


그래, 그냥 내가 오늘 너무 예민한 거겠지. 


“나야!”


“나 누구~?”


그리 안도하던 그녀에게 또다른 ‘이상한’ 징후가 포착됐다.


목소리가, 뭔가 약이라도 한 듯한...


“나 키아라!”


그러자 불편할 정도로 긴 침묵이 이어졌다.


그녀가 다시금 무어라 말하려고 입을 뗐을 때, 무언가 질척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읏! 키아라! 잠깐만 기다려 봐! 금방 나갈게!”


곧이어 들려오는, 묘한 신음성과 함께...


“어, 천천히 해...”


이건 진짜 이상하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이 기분나쁜 아파트로부터 도망치고픈 충동에 휩싸였다.


그러나 오랜 친구의 문 앞까지 온 마당에 그럴 순 없었다. 


철컥-


마침내 문이 열리고.


“어서 와!”


오랜만에 만난 이나의 상태는 그리 나빠보이진 않았다.


지난번보다 살도 좀 오른 것 같고, 표정도 좋고...


키아라의 눈이 문득 이나의 가슴으로 향했다. 


프릴 달린 검은색 잠옷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브라를 안 해서 꼭지가 도드라져 보였다. 


“야, 너.”


“어서 들어와!”


무어라 지적하려던 그녀는 예전과 다른 이나의 활기찬 목소리에 놀라 그 손을 붙잡혔다.


기어코 들어서고 만 집은 어딘가 썰렁했다. 


기분탓인가?


식탁, 쇼파, 침대, 카펫. 있을 건 다 있는데. 


헌데 저 벽지에 핀 곰팡이. 

아니 검은 것은 대체...


“마실 거 줄까?”


“응? 어어.”


냉장고 문을 열며 묻는 이나는 어딘가 신난 표정이었다.


잠시 후, 어딘가 걸쭉한 느낌의 우유가 유리잔에 담겨 나왔다. 


따르다가 조금 흘렸는지, 한 방울이 겉표면을 타고 흘렀다...


키아라는 집을 둘러보느라 눈치채지 못하고 한 입을 마셨다.


그러다 인상을 팍 찌푸리며 내려놓았다. 


“엑, 이거 우유 맛이 이상한데?”


“그래? 내가 마시기엔 괜찮은데...”


“너무 걸쭉하고, 좀 비리잖아. 상한 거 아냐?”


“아니야.”


단정적인 어조. 


키아라는 문득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눈앞에서 싱글싱글 웃고 있는 저 이나가, 그녀가 알던 이나가 아닌 것 같은. 

그런 이상한 기분. 


그러면 내 눈앞에 있는 저 여자는 누구지?


키아라의 목소리가 떨려나왔다.


“이나야, 나 집에 가고 싶어.”


“어? 벌써?”


“으응, 나 보내주면 안될까...?”


“가고싶으면 가야지. 조금 아쉽긴 하지만. 바래다줄게!”


“아, 아냐.”


키아라는 이나가 다가오자 기겁하며 일어났다.


“나, 혼자서 갈게. 그래도 되니까. 

...괜찮지?”


그녀는 그 자리에 선 채 맑게 웃으며 끄덕일 뿐이었다.


마치 학창시절의, 순수하고 깨끗한 이나와 같은 미소.


키아라는 그에 안도하며 재빨리 등을 돌렸다.


그렇게 한 걸음 내딛으려던 순간, 무언가가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어? 왜 잡...”


그것은 무거웠다. 축축했다. 

끈적했고, 징그러웠다. 


“아?”


마침내 자신의 손을 붙잡은 문어만한 촉수를 발견한 그녀가,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아악-!!!!”


꽈당!


발목에 무언가 감기는 촉감과 동시에 넘어졌다. 


바닥을 기어온 촉수들이 자꾸만 입을 침공하려는 듯 들이댔다. 


그녀는 순간 입 속으로 파고든 물컹거리는 것을 뱉어내곤 소리질렀다. 


“이, 이나! 도와줩...우웨에엑! 살려줘! 이나! 제발!”


촉수는 한 개가 아니었다. 


바닥에서, 벽에서, 천장에서, 곰팡이로 착각했던 어둠 속에서 꿈틀꿈틀거리는 바글바글한 촉수들. 


공포에 질린 키아라의 눈동자에 사랑스럽다는 듯 그 혐오스러운 것을 쓰다듬는 이나가 비쳤다. 


“우리 장난꾸러기들이 엄마 말도 잘 안들어서...얘들아, 키아라한테 그러면 안 돼엣”


“츄웁- 츱, 궤엑-”


제지하려던 이나마저 붙잡혀, 말도 안 되는 굵기의 촉수를 입 안 깊숙이 삽입당하는 걸 보면서, 키아라의 표정은 더욱 새하얗게 질렸다. 


그러다 문득 아헤가오를 지었다.


푸욱-


앙다문 보짓살로 기어코 파고들어온 자지만한 촉수의 침공. 


그녀는 주먹을 꽉 쥔 채, 부들부들 떤다.


곧이어 두 번째, 세 번째 촉수들이 뒤를 이어 들어왔다. 


“으극...!”


이를 꽉 악문 그녀는, 계속해서 질내를 쑤시는 낯선 것의 감촉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몸을 뒤집어 기어나가기 시작했다. 


‘도망쳐야 해...!’


현관 바로 앞에서 잡혔으니, 조금만 가면 된다. 몇 걸음만!


아래에 붙은 촉수들이 구멍을 쑤시는 데 정신이 팔린 사이 그녀는 필사적으로 기어가, 어떻게든 상체를 끌어올려 문 손잡이를 열어젖히는 데 성공했다. 


철컥, 끼이익...


열리는 문.


밖으로부터 희망이 빛이 들이쳤디. 


‘됐다!’


그러나 반색한 그녀가 어떻게든 몸을 일으키려던 그때-


쫘악...


-촉수가 발목을 감았다.


꽈당!


“악.”


또 넘어져버린 키아라. 


아파하기도 잠시, 비명 지르는 틈을 타 입을 파고드는 물컹한 무언가에 키아라는 노을빛 눈을 크게 떴다.


순식간에 우악스레 목구멍 깊이 삽입되는 굵직한 촉수. 


눈물이 맺혔다. 


“우읍! 웨에- 커헉, 흐으으!”


그럼에도 그녀는 어떻게든 기를 쓰고 몸부림쳤다. 


자꾸만 급소를 파고드는 촉수를 걷어차고, 목구멍을 채운 역겨운 점액질을 꽉 깨물며, 어떻게든 바닥을 기어가는 키아라. 


마침내 그 손이 현관문 밖으로 겨우 삐져나왔을 때...


그녀의 똥꼬에 굵직한 촉수가 파고들었다.


“커허...”


말도 안 되는 크기, 찢어진 것만 같은 고통. 


전신에 잔뜩 들어가 있던 힘이 쫙 풀려간다. 


무언가라도 붙잡으려던 손은 허무히 허공만을 휘저었고.


이내 바닥을 붙잡은 채 지이익...끌려 들어갔다. 


잠시 후, 집 안에선 비명인지 신음인지 모를 괴성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까먹었다는 듯, 가느다란 촉수 하나가 다시 나와 주변을 한 번 둘러보고는, 문고리를 감았다.


쾅!


문이 닫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