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많은 웹소설에는 환호장치가 들어가요. 주인공의 행동에 와아아 해주는 거요.
이게 싸구려같다고 싫어하는 분들도 많지만, 사실 굉장히 편리한 장치거든요. 재미를 전달하기에 엄청 편하고 간단해서 쓰는 거죠.
예전에는 슈퍼히어로들이 세상을 구해도, 세상이 몰라주는 형태가 많았어요.
하지만 그 때문에 소위 발암요소도 많았죠.
개인적으로는 스파이더맨 코믹스가 좀 그랬어요.
스파이더맨이 사람을 구함! 환호! 그리고 스파이더맨이 실수함! 저 돌연변이 새끼!
이게 마블 세계관 자체가 돌연변이를 배척하는 분위기라 그럴 수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저 사람들이 이제까지의 활약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봐요.
스파이더맨이 사람을 한 번 구했다는 건, 그리 큰 일이 아닐 수도 있죠. 하지만 그런 일이 수십번 일어났는데, 한번 실수에 욕한다?
그게 납득이 안 되니까, 답답하고 짜증나는 식의 에피소드가 튀어나오는 거죠.
그래서 그런지 영화판에서는 오히려 사람들이 스파이더맨을 감싸주는 에피소드도 있죠.
2에서였던가? 스파이더맨이 전철을 구해내고 쓰러졌을 때, 모두가 얼굴을 보고 '내 아들보다 어리잖아.' '평범한 사람이야.'하면서 그의 희생정신을 치켜세워주고, 모른 체 하죠.
그 부분이 개인적으로 스파이더맨에서 제일 명장면이라고 보거든요.
반대로.
아이언맨은 스파이더맨과 전혀 다른 노선을 타죠.
아이언맨 1에서 내가 아이언맨이다! 했을 때 짜릿함.
숨겨야하는 비밀이 아니라, 드러내고 칭송받겠다 하는 그 태도가 당당하죠.
스파이더맨이랑 아이언맨의 차이는 결국, 시대가 바뀌었다는 걸 말해주는 게 아닌가 싶어요.
어쨌든, 예전에 문장에 대해서 말한 적이 있는데, 그걸 좀 더 정리해서 말하자면,
소설이라는 건 현상과 감상, 그리고 사건으로 이뤄진 것 같아요.
스파이더맨이 사람을 구한다(현상)
사람들이 환호한다(감상)
스파이더맨이 실수했다.(사건)
사건은 현상이기도 하니까, 그 뒤에 다른 감상이 이어지는 거죠.
환호 장치는 감상에 대한 부분이에요.
니콜로님 초인의 게임 도입부만 봐도 이게 선명하죠.
칠영웅이 세상을 구했다(현상)
언론은 칠영웅을 보도하며 사람들은 그들을 존경한다(감상)
그리고 서문엽이 돌아왔다(사건)
서문엽이 돌아왔다(현상)
언론은 그의 귀환에 환호를 보냈고, 기자들이 들이닥쳤다.(감상)
서문엽이 말했다. '너희들 때문에 좆같다.'(사건)
현상에 대한 감상은 객관적이고, 명확할수록 현상을 꾸며주는 효과가 있어요.
그 감상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또 몇가지 형태가 있을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충족, 초과, 의외, 배신 등이죠.
충족은...
서문엽이 돌아왔다(현상)
언론은 그의 귀환에 환호를 보냈고, 기자들이 들이닥쳤다.(감상)
서문엽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거기에서 얻은 새 힘을 떠올렸다.(사건)
이런 식으로 독자 기대감을 그대로 이어받는 거죠.
누가 돌아왔는데, 원래 센 놈이 더 센 놈이 됐다? 기대감이 충분히 만족되는 거죠.
초과는... 기대감 이상을 주는 거예요.
이건 위쪽 예시를 쓰기가 좀 애매하네요. 대충 예를 들자면,
주인공이 사냥을 했다(현상)
최초로 레드등급을 잡아 사람들이 환호했다.(감상)
그런데, '뭐야, 왜 레드등급 결정체가 아니라 블랙등급 결정체가 나와?'(사건)
알고보니까~ 더 좋은 거더라. 하는 방식이에요.
기대감을 확 증폭시키는 효과가 있죠.
의외는 초인의 게임 원래 진행이랑 똑같아요. 영웅에게 기대하는 모습의 반대를 드러냈죠.
의외성과 호기심, 그리고 재미를 주기 좋아요.
마지막 예시로 배신.
서문엽이 돌아왔다(현상)
언론은 그의 귀환에 환호를 보냈고, 기자들이 들이닥쳤다.(감상)
서문엽이 기자들을 모조리 죽였다. '나는 지저인이다.'(사건)
원래 기대감의 반대를 확 드러내는 거죠.
그렇게 했을 때는 긴장감을 확 조을 수 있죠. 사건이 타이트하게 전개되는 방식이라, 긴장감이 떨어졌을 때, 한번 쯤 나와주는 것도 좋아요.
저 예시는 너무 과하지만요.
이렇게 예시를 주고 설명하려는 건 사실, 사건이 전개되는 방향이 아니에요.
감상에 대한 이야기지.
감상은 언론 뿐만 아니라, '현상 그 자체'가 아니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심지어 주인공 스스로도 할 수 있죠.
내가 뭔가를 얻었는데 이게 뭐뭐 같아.
하고 감상하는 거죠. 그 다음에 곧장 그에 대한 충족이나 초과, 혹은 의외성이나 배신을 줄 수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소설을 만들 때, 이러면 재밌을까? 하는 모티프가 현상에 속한다면,
그 모티프를 키워서 작가가 원하는 방향성을 띄게 하는 장치가 감상이에요. 그 감상을 제일 쉽게 줄 수 있는 게 언론이구요.
언론 반응을 신경쓰지 않는 주인공이라고 해도, 대충 감상이 이러이러했다- 하고 끝내는 것보다는 차라리
외부의 반응을 보여주는 게 좋죠.
무슨 일만 있으면 현재시각 일본 반응.jpg 같은 게 뜨는 것도 그런 요소 때문이에요.
사람들은 자기 생각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동물이거든요. 무슨 일이 있으면 늘 넌 어떻게 생각해? 묻는 게 그런 이유죠.
사회성의 일부라고 보기도 하고, 소심함의 증명이라고 보기도 하지만 딱히 말하진 않을래요.
어쨌거나, 작가가 원하는 대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감상이 꼭 필요하고, 그 감상이 대부분 갈등 요소가 돼요.
주인공이 용을 잡았다.(현상)
왕자가 비천한 혈통임에도 승승장구하는 주인공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감상)
주인공이 누명을 쓴다.(사건)
주인공이 용을 잡았다.(현상)
백성들이 주인공을 칭송한다.(감상)
주인공이 누명을 쓴다.(사건)
어떤 현상에 대한 감상이고, 같은 사건이지만.
감상을 달리 잡으면서 두 가지가 달라졌죠.
전자는 그럴 줄 알았다, 왕자새끼! 같은 느낌이면, 후자는 엥? 갑자기 왜? 하는 느낌이죠.
이렇듯 어떤식으로 잡느냐에 따라 향후 전개가 달라져요.
그리고 글을 환기하는 요소가 되기도 하구요.
그러니까 현상이나 감상, 사건. 셋 중 하나라도 빠진 글이다 싶으면 한번 쯤 이걸 어떻게 넣어줄까-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원래 하려던 이야기는 이게 아닌데, 넘나 길어졌네요.
그냥 심심해서 머릿속에 있던 걸 다시 정리한 거니, 너무 날선 비난은 하지마세여^^.
그럼 님들, 건필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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