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적 색이 짙은 장르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뭐냐 하면 첫째가 몰입이고 둘째가 이입인데, 공통점이 있다면 독자와 주인공의 입장을 일치시키는 것이 가장 큰 관건이라는 것이다.


많은 작품에서 그 크나큰 이점을 얻기 위해 들이는 노력은 그야말로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가난했지만 기적적으로 이능을 얻은 주인공... 소시민이었지만 어느 왕가 막내에 빙의한 주인공... 평범한 고등학생이었지만(이하생략) 등등등.

사실 노력이라기도 뭣할 정도로 정형화된 요소긴 하지만 어쨌든 아직도 잘나가고 인기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여기까지는 순조로웠을 것이다. 주인공의 배경으로 독자들을 이입시키고&먼치킨 속성으로 스토리 설계를 용이하게 만들었다.


진짜 문제는 그 다음부터 시작된다. 정확히는 주인공이 그런 '힘'을 얻은 후부터 발생하는데, 주인공이 뭐만 했다 하면(대표적으로 약간의 손실을 참아준다거나 뭔가를 베푼다거나 하는 것들) 호구같다, 멍청하다 하는 독자들의 반응이 바로 그것이다.

게다가 이런 반응이 발생하면 주연뿐만 아니라 그 사건에 얽힌 조연 또한 욕을 먹게 된다.

조연이 너무 건방져요, 감사할 줄을 몰라요, 히로인이 되기 전에 죽입시다, etx)


초보 작가 입장에서는 이게 정말 답답한 노릇이다. 딱히 개연성이 잘못된 것 같지도 않은데 독자들은 개연성 없다는 타령만 하고 있으니. 자기 나름대로는 다 계획이 있어서 그런 것인데... 어렵사리 개연성 문제임을 인정한다 한들 어디가 잘못됐는지는 전혀 모르겠고. 어쩌면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주인공은 그저 작은 손해를 본 것 뿐인데... 독자들은 그 정도도 감내하지 못하다니!!'


개연성 문제가 아니라면 이런 문제는 왜 발생하는가? 바로 주인공과 독자의 입장 간의 거리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한 예시를 들자면 재벌물 쓰는 친구들이 몇억씩 막 뿌리고 다니는 주인공의 모습을 초반부터 보여주는 경우가 가끔 있다(돈에 초탈해서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던가 대충 그런 명목으로)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대부분의 독자들은 그런 상류층과는 별로 관계가 없고, 자연히 그 행동에 의문을 가지게 될 수밖에 없다. 이해심 많은 독자들이라면 돈이 썩어나니 그럴 수 있겠지 하고 넘겨주겠지만, 최근 작가들이 연재중인 플랫폼에는 그렇지 못한 독자들이 훨씬 더 많다. 그런 독자들이 품은 의문은 글의 개연성이 낮다는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어 위험하다. 작품의 연독률과 향후 유료화 성적에도 크게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먼치킨 캐릭터 입장에서 그런 '소소한' 요소들은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에 중요하게 다루지 않아도 괜찮겠지만

그걸 보는 독자 입장에서는 그런 상황에 감정이입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상태다.

그리고 이는 어떻게든 독자에게 주인공을 이입시켜야 하는 초반에 굉장히 치명적인 요소다.


독자들이 호구라고 말하는 것은 정말로 주인공이 호구라서가 아니라, 그저 '자신의 입장에서 바라본' 주인공의 행동이 납득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후반가서까지 주인공의 작은 실수나 손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위 사이다패스 독자들이 없다고 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초반에 그런 반응이 나왔다면 십중팔구는 독자들에게 주인공의 상황을 이입시키는 것에 실패한 탓이다.


초반부터 별 이유 없이 주인공의 행동이 '이타적으로 보이도록' 만들지 마라. 이기적으로 보일 필요까지는 없지만 짤막한 설명은 붙여주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대표적으로 무한보급 초반에 포인트 소비해서 몽둥이 막 뿌리고 다닌 거&회귀자의 꿀팁방송 초반에 아무 면식없는 사람 방송 도와주고 (자기기준)꿀팁 푼게 자주 꼽히는데

이 또한 주인공 입장이라면 어떻게든 납득 가능한 행동들이지만, 독자들에게는 아직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 내용이라&그리고 자세한 설명이 없던 탓에 욕을 많이 얻어먹었다.


그러면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

정말 간단하다! 최소한 그러한 결정이 '독자들 입장에서도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일 정도로' 주인공의 기반이 쌓인 상태에서 보여주면 된다.


이 또한 독자와 주인공의 입장을 일치시키는 작업의 연장이기에, 방법은 여러가지다.

천년설삼같은 기연을 양보하고 싶다면 아예 영약 밭을 만들 수 있다는 복선을 깔아주던가, 누군가를 돕고 싶다면 어떻게든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이 있음을 어필하던가.

그도 아니라면 망겜의 성기사의 '고결함' 스테이터스처럼 완충작용을 해주는 설정을 집어넣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랬는데도 욕먹고 있다면 그건 진짜로 개연성 문제라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편이 좋다.


요즘 들어서 꽤 많이 보이는 문제점인데, 이를 확실히 잡았으면 완성도 면에서 더 괜찮은(그리고 수익 면에서는 확실히 더 높은) 작품이 많이 나왔을 거라고 생각한다.


출처: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tgijjdd&no=1654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