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 말고도 감평해주는 친구들이 많아서 눈팅만 하고 있었는데... 너무 규격화된 조언만 주길래 조금 더 본질적인 것에 대해 대충 적어봄.

우선 걱정되는 것은 작품의 소재나 설정에 대해서다.

하루에도 여기 감평글이 몇 개씩 올라오는데 소재나 설정에 대해서는 하나같이 비슷한 말을 하더라. 너무 복잡하니 줄이고 깎아내고... 아마 감평해 주는 사람들이 다른 방법을 몰라서라기보다는, 유행하는 트렌드와 비슷한 걸 갖다 쓰는 쪽이 작가에게 더 편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낙수효과도 무시할 수 없고.

물론 작품에 설정을 잘 녹여내지 못한 작가 탓도 있겠지. 그 세계관에서 가지는 설정의 무게를 잘못 잡았다거나, 웹소설에 적용해야 할 기본적인 규칙을 몰랐다거나 하는 문제들.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는 '소재는 간결할수록 좋다', '독자가 알아보기 쉬울수록 좋다' 이런 의견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다만 두 번째는 몰라도 첫 번째는 고개를 조금 갸웃하게 했다. 한 트렌드의 시초격 되는 작품, 작가들이 받는 낙수효과의 선상지가 되는 작품들은 내가 보기에 전혀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 와서는 여러 문제로 까이는 것들도 많다만 그런 작품들이 진짜로 '간단하고 우아한 설정' 위에 세워진 작품인지 개인적으로는 의문이다.

내 생각에 그런 작품의 구조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다만 '현실세계에서도 존재하기 때문에 생략이 가능한 규칙들' 이 작품 내에 가득 차 있고, 독자는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기에(인식할 필요가 없기에) 작품이 제공하는 새로운 규칙을 배워야 할 부담을 줄일 수 있을 뿐이다. 그런 현실 세계의 규칙 + 장르소설만의 규칙을 이리저리 합쳐 소설에 적용하는 데에서 창발성과 함께 재미를 느끼는 게 아닐까 싶다.

단편적인 예를 들자면 먹을 것을 활용하는 방법을 들 수 있겠지.
ex)'조연은 멀티칼로리 스틱을 먹고 있었다. 맛은 없었지만, 저렴하고 영양가가 높았다...'

앞뒤에 오는 내용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문장만으로도 독자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먹는 인물이 가난하다거나, 극한 상황에 처해 있다거나, 그도 아니라면 세상이 반쯤 박살나 있다던가 하는 것들.

아무튼... '좋은 소재는 간결하고 우아하다' 라는 감상 뒤에는 상당분량 현실의 기반지식이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함. 기본적으로는 독자의 욕구와 대리만족이 베이스. 이것을 우리는 사이다라고 부른다. 전독시의 경우에는 그것을 인터넷 방송의 요소로 풀어냈고, 멸세사의 경우에는 살해 기술을 비즈니스로 삼을 수 있는 세계관을 통해 풀어냈지.

글에 소재나 설정을 녹여내는 것은 간파와 통찰이 기본인데 아무 생각 않고 빌려 쓰기만 하다 보니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싶기도 하고... 좀 더 참신한 시도를 하는 작품이 많아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적어봤음


출처: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tgijjdd&no=14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