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께.


별 특별한 것도 없이 그저 평범한 일상을 살던 제가 이세계에 온지 어느덧 1년이 다 되어갑니다.


처음에는 많이 울고 도망치고 싶었지만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본 후에는 악착같이 이세계에 적응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죽고 죽이는 전장에서 동료들이 말하는 정의와 균형을 세우기 위해 노력했고, 


평범한 사람일때는 몰랐던 용기와 동료애를 어렴풋이 배우게 되었습니다. 


엄마, 아빠께는 말씀드려도 이해하지 못하시겠지만 저는 꽤 강해져 이제는 제가 의지했던 사람보다 저를 의지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어요.


많이 잃었지만 많이 얻었고, 넘어진 관문보다 헤쳐나온 관문이 많아졌습니다.


드디어 1년간의 여정의 끝이 눈 앞에 보이고 있습니다.


"용사! 준비됐어?" 


이세계에서 제가 살던 세계로 부칠 수 없는 편지에 이런 말을 쓰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지만 기도해주세요.


1년동안 겪었던 모험과 여정을 긴 꿈이나 추억처럼 여길 수 있기를.


동료들이 부르니 이쯤에서 편지를 마칠께요.


돌아가서 뵐게요.


가족과 일상을 그리워하는 아들.


김민수 올림.



그렇게 나는 1년간의 여정 끝에 드디어 마왕을 쓰러트렸다. 그 여정동안 수많은 난관을 겪으며 하나둘씩 동료들을 만나며 고난을 이겨냈다. 하지만 그 여정에서 소중한 동료였던 마법사를 잃는 고통까지 겪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험난한 여정을 이기고 강해졌다. 그리고 사람들을 공포로 지배하고 억압해왔던 마왕이 죽은 뒤로 이세계의 사람들은 자유를 되찾고 소중한 사람을 잃을 공포를 겪지 않아도 되었다. 


나도 이제 내가 살던 세계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트럭에 치였던 그 날, 원치않게 헤어질 수 밖에 없었던 내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내 평범했던 일상이 있는 내 고향으로.


그렇게 되면 나와 같이 마왕을 쓰러트린 이세계의 동료들하고 헤어지게 되겠지. 그리고 모두 자신의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고향에 돌아갈거다. 하지만. 하지만 그렇게 되면 신관은 또 혼자가 될지도 모른다. 


처음 이세계로 넘어와서 당황하면서 많이 울었던 나를 달래주고 많이 도와줬던 그녀였는데. 사실은 그 누구보다도 외롭고 울었던 사람은 신관이었는데. 맨 처음 여정을 떠났을 당시 나는 신관과 서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어릴 때부터 마왕한테 부모를 잃어서 신전에 거둬져서 혼자 살아왔었다고 했다. 그녀는 나보다 많이 힘들었는데도 울지않고 힘든 내색을 감추면서까지 나를 위로해줬다. 


나는 마왕을 쓰러트리고 가족들 품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고 여행을 다니다가 신관과 감정을 교류하다가 점점 더 서로 없어서는 안될 감정을 갖게 되었다. 그때까지 나는 몰랐었다. 왜 나는 신관과 손을 잡거나 단 둘이 있으면 얼굴이 붉혀지는지를.


그리고 깨달았다. 나는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그래도 나한테는 기다리는 가족과 친구가 있었기에 애써 그 마음을 접어두려고 했었다. 신관 역시 동료들이 나한테 이세계에 머무는 게 어떠냐고 제안을 할때도 나를 위해 공사를 구분하고 내가 살던 세계로 돌려보내려고 했었다. 그랬던 그 날, 나는 며칠 후에 고향에 돌아갈 수 있다는 기대감에 잠이 오지않자 기분 전환을 할겸 밖에 나가서 바람을 쐬려고 했었다. 문이 활짝 열린 대성당 안을 들여다보기전까지는.


"엄마, 아빠. 저에요. 이제 마왕이 죽었어요. 그러니까 며칠 후에 용사님이 원래 세계로 돌아가요. 물론 그 뒤에는 전 다시 혼자가 될거에요."


신관은 여신상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이미 돌아가신 부모님을 말하며 기도하고 있었다. 나는 그녀가 애써 태연하게 웃으며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는 문틈 사이로 가만히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그녀는 한참동안 여신상 앞에서 기도를 드리다가 두 뺨에서 눈물을 흘러내리며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하지만 괜찮아요. 전 여신님이 내려주신 사명을 완수했을 뿐이에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걱정마세요. 전 혼자서도 잘살 수 있어요... 용사님을 보내줘도... 민수씨를 보내줘도... 더는 울지 않을거에요."

나는 순간 억장을 무너져내렸다. 지금까지 나는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겠다는 일념으로 마왕을 쓰러트리는 걸 목표로 싸워왔는데, 그녀는 마왕을 쓰러트린 이후에도 혼자서 기나긴 고독하고 싸워야한다는 걸 잊고 있었다. 나는 순간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지금껏 내가 없어도 동료들은 서로 연락하며 가끔 만나고 안부를 전할 수 있었지만 신관은 아니었다. 나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모른 척 했었다는 것을, 내가 신관을 위해서 여정을 해줬다고 나 자신을 위로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날 나는 방으로 바로 돌아가서는 얼굴을 베게에 파묻고 하루종일 울었다. 그 다음날, 나와 신관의 초쾌해지고 다크 서클이 낀 얼굴을 본 동료들이 당황한 건 말할 것도 없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원래 세계로 돌아갈 때까지의 유예기간동안 마음을 가다듬으며 진정시켰다. 이대로 원래 세계로 돌아갈지, 아니면 동료들의 제안대로 이세계에 남아서 남은 여생을 살아갈지. 하지만 내 마음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았다. 나를 기다리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일상과 내가 사랑하는 연인이 사는 세계 중 하나를 고르는 건 쉽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답을 찾고 또 찾으며 생각을 하였다.


그리고 원래 세계로 돌아가기 나흘전. 드디어 답을 찾았다. 그건 바로. 


"신관님. 아니. 유나씨. 저하고 같이 제가 살던 세계에 가주시겠어요?"

"네? 지금 뭐라고?"

"그 말 그대로에요. 제가 살던 세계로 와서 저와 결혼해주세요."


신관, 아니 유나와 같이 내가 살던 세계에 같이 사는 것이었다. 나흘 전 그날, 신관 '유나'한테 동료들 앞에서 결혼 반지를 내밀며 프로포즈를 해버렸다. 동료들은 그런 내 행동을 예상하지 못한 반응을 보였다. 그건 신관도 마찬가지였다.


"용사님. 그 말, 진심이세요?"


"뭐어! 용사! 그 말 진심이야!"

"야야. 내 귀가 그새 어두워진건가?"


"아니. 나도 똑똑히 들었어."

"에에에엑! 프로포즈라고!"


나도 이 반응을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동료들의 반응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신관은 그런 나의 뜻하지않은 프로포즈에 적잖게 당황하며 얼굴을 붉혔다. 역시 이건 너무 무리수였던걸까. 신관은 고개를 저으며 부정적으로 대답했다.


"안돼요! 용사님! 제가 용사님하고 같이 따라가면 용사님이 많이 당황하실거에요! 게다가 고아인 저를 용사님의 부모님이 받아들일리가!"


"그건 제가 다 설명할께요! 세상 사람들이 부정해도 제가 긍정하잖아요! 그리고 이세계에 처음 온 저를 받아준건 신관! 당신이에요! 저라고 못할 건 없어요!"

"그... 그래도 안돼요. 전 세라피네님을 섬기는 신관이에요. 제가 그 의무를 저버리면... 저버리면..."


하아. 역시 안되는건가. 결국 이대로 헤어질 수 밖에 없는걸까. 아니. 나는 포기하지않았다. 그녀는 나를 위해서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친구들한테조차 털어놓지 못한 속마음을 말하면서도 내 고민을 받아주었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이번에는 모든 고독과 슬픔을 같이 나누고 덜어주고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다. 이번에는 내가 당신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


"괜찮아요. 유나씨는 지금까지 혼자서 슬픔을 짊어지고 살아왔잖아요. 그런데도 이세계에 처음 온 절 위해서 도와줬잖아요. 그러니까 이번에는 제가 돕게 해주세요. 그리고 내가 살던 세계의 지식들을 모두 가르쳐줄께요."


"아아... 용사님... 그래도 될까요? 저같은 고아가 저만의 행복을 누려도 될까요? 행복해질 자격이 있나요?"


"물론이죠. 이제는 당신만의 행복을 찾아도 돼요. 우리같이 결혼해서 부모님도 뵈고 자식도 가져요."


그런 내 마음이 그녀한테 통한걸까? 그녀는 이세계에 처음 온 그날의 나보다 그 이상으로 눈물을 흐르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지팡이를 던지며 나한테 달려와 두 팔을 벌려 꽉 껴안았다. 그덕분에 나와 신관은 그대로 바닥에 넘어져버렸다. 그러면서 신관은 그런 내 프로포즈에 웃으며 답해주었다.


"네. 같이갈께요. 용사님. 아니. 민수씨."


"하아. 용사 녀석. 의외로 화끈한 구석이 있었는데?"


"이거 참. 이거 응원안할 수가 없겠는데."


"빌어줄 수밖에 없겠는걸."


"이렇게 된건 용사! 신관! 꼭 행복해야해!"


그렇게 나는 신관, 아니 '유나'한테 시도한 프로포즈를 성공하며 동료들한테 축복을 받았다. 물론 그날 우리 두 사람은 대신관님한테 큰 야단을 맞았다. 대신관님은 그러면서도 유나를 안아주며 훈훈하게 우리 두 사람의 행복을 축복해주었다. 그리고 그분은 그런 유나를 위해서 세라피네의 축복을 내리며 내가 살던 원래 세계의 기억에 각인시켜주었다. 그렇게 그녀도 나와 같은 세계인으로서 기억하게 되었다. 


"행복하거라. 유나. 세라피네님의 축복이 함께 하길."


물론 경고도 잊지않았다. 내가 용사로서 받은 힘과 유나의 치유 마법이 내 고향에 통할지는 몰라도 사람들이 두려움에 빠질지도 모르니 조심하라고 말이다. 그렇게 우리 두 사람은 이세계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남는 시간동안 원래 세계로 돌아가기 전에 어떻게 생활할지 회의했다. 


그리고 그 날, 나는 신관과 함께 손을 잡으며 원래 세계로 돌아갔다. 


"우리 다같이 용사님과 신관의 미래를 위해 기도해줍시다!"


"우리를 구해준 만큼 은혜롭고 축복된 삶이 두 사람의 행복을 기다리길!"



1년 후 서울 강서구.


유나. 내가 틀렸어. 내가 바보였어.


나는 세상을 구했지만 당신만은 구하지 못했어. 그리고 당신은 사람들을 구했었는데. 그랬는데.


이세계에서 나는 용사가 되었는데, 왜 내가 살던 세계에서 그녀는 마녀가 되었던거지?


내가 실종된지 4개월이나 지났을 무렵, 전국적으로 내가 장기매매단에 납치되었다거나 유괴된 뒤에 살해당했다는 여러가지 소문이 나돌았다고 부모님께 들었다. 그래도 부모님은 1년동안 사라졌었던 나한테 다그치거나 화내지않고 무사히 돌아왔다며 나를 안아주셨다.


내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부모님이 나와 같이 온 신관을 보고는 처음엔 노발대발했었지만 점차 시간이 지났을 때는 우리 두 사람의 사이를 인정해주었다. 그래도 부모님은 아직 우리 두 사람이 결혼하기에는 익혀야 할것도 많아도 결혼식 비용을 조금 더 모아두기위해 결혼을 1년뒤로 하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학교에 가서 검정고시를 보겠다고 선언, 자퇴를 선언했다.


"그래도 되겠냐? 1년간 실종되어서 휴학으로 처리했는데. 게다가 검정고시도 꽤 어려워. 교장선생님도 너 학교에 다니는 거 허락해주셨다. 그동안 네 성적이 높은 걸 감안하셔서-."


"아뇨. 괜찮아요. 저도 해야할 일이 많아져서요."


학교는 내가 실종되었던 1년동안 내가 살아있다는 걸 믿으며 휴학처리를 해주셨지만 그래도 나는 대학교에 빨리 들어가서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잘 말씀드렸다. 친구들도 그런 내 결정에 믿지 못하는 눈치를 보였다.


"의외다. 민수야. 네가 실종되고 돌아왔는데도 검정고시를 치루겠다니. 대학도 마치고 군 복무도 마치려고 한다는 말 듣고 쇼크였다."


"어, 그러고보니 우린 이제 동급생이 아니겠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라도 이해해볼께."


그럼에도 나는 주변 사람들을 간신히 설득한 덕분에 점차 이해를 받고 검정고시 시험을 치뤘다. 그 사이에 유나는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한테 여러 도움을 받으며 내가 사는 세계를 이해하고 공부하며 익숙해져갔다. 그때문이었는지 유나는 이세계에 있었을 때보다 밝게 웃고 있었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부모없는 고아와 결혼하려는 게 꺼림칙하게 보였는지 쑥덕거리기도 했다. 그래도 우리는 상관없었다. 이제 서로간의 해피엔딩을 치뤘으니 앞으로 전진하겠다고 약속을 했으니까. 


내가 평범한 일상을 지내면서 수능 시험 준비를 끝마친 그 수능시험 당일날, 내 인생에 중요한 관문을 끝내려고 했었다. 수능 시험 장소를 향하던 그 때, 부모님과 유나는 그런 날을 배웅하며 시험을 잘 치루길 기원했다.


"힘내라. 민수야. 수능 잘보고."


"평소대로 하렴. 우리 아들."


"잘 보고오세요. 민수씨."


"응. 잘보고 올께."


"맞다. 민수씨. 말할 게 있는데요."


"뭔데요? 유나씨. 중요한 건가요?"


"으응. 시험끝나면 그때 말할께요."


유나가 나한테 뭔가를 말하려다가 얼버무리며 말을 끊었다. 그래도 나는 그녀한테 말을 이어가달라고 조르지않았다. 수능만큼 중요한 일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가족들한테 인사를 나누고 곧바도 수능을 치루기위해 집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수능을 마친 그 날, 가족들한테 연락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누구세요? 누구신데 유나씨의 전화를?"


"설마... 유가족분이신가요?"


"방금... 뭐라고 했어요? 유가족이라니...?"


"이를 어떻게 해... 오늘 오후에 ○○역 근처에서 대형 싱크홀 사고가 일어났어요. 거기 가족분들은 이미... 이미..."


낯선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목소리의 주인은 매우 흐느끼게 울며 말해주었다. 그리고 왜 다른 사람이 우리 가족의 전화를 받았는지 알아버렸다. 나는 전화를 대신 받은 그 사람이 알려준 곳으로 달려갔다. 내가 도착했던 사건 현장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울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소중한 사람들을 잃어버린 유가족들이 차갑게 식어버린 시신 앞에서 오열하고 있었다.


이런 수많은 인파를 본 순간 내 눈을 믿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장난전화였으면 좋겠다라고. 누가 폰을 훔쳐서 장난전화를 걸었으면 좋겠다고. 그래야했다. 나는 그런 희망을 가지고 가족들을 찾아다녔다. 분명 그 현장에는 없을거라고 말이다.


"아... 안돼."


있었다. 수많은 시체가 안치된 임시 안치소에서 가족들 모두 싸늘한 시신으로 변한채 흰 천에 덮여져있었다. 그리고... 그 시체 중에는 내가 이세계를 떠나가기전 그녀한테 고백하며 프로포즈로 줬던 약혼 반지가 끼워져있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천을 천천히 거뒀다. 부디 내가 잘못본 것이길 바랬다. 아니, 같은 디자인을 한 반지여야만 했다.


"아니야... 도대체 왜 여기에 있는거에요... 왜 여기에 있는거냐고요... 어째서!"


"유가족분! 진정하세요!"


차라리 이 순간이 거짓말이길 바랬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살아있었던 가족들이, 유나가 누워있었다. 나는 이런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에 오열하고 말았다. 나는 하루아침에 모든 걸 잃어버렸다. 게다가 그런 대형 사고가 있었는데 사망자가 37명밖에 안됐다는 기사가 나왔지만 내 가족과 그녀는 그 37명의 희생자 중 하나인데 기뻐할리가 없었다.


그 일이 있는지 며칠후, 옆집에 살던 이웃으로부터 모든 걸 알 수 있었다. 내가 수능을 마친 기념을 위해 깜짝파티를 준비하려고 현장에 갔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나와 결혼하기로 했었다는 얘기까지 들었다고 한다. 


"으흐흑...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었잖아... 어째서..."


그 사건이 일어난 뒤 어떤 사진이 인터넷에 유포되는 일이 일어났다. 그리고 그 사건에 대한 악의가 넘치는 소문까지 퍼졌다. 


"뭐야... 이거... 도대체 누가 이런거야!?"


하루아침에 가족과 연인을 잃고 합격이 예정되었던 대학교의 전화를 모두 무시한채 자포자기했었던 내가 참사 사건을 검색하던 중 내 눈으로 믿을 수 밖에 없는 사진을 보고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싱크홀이 발생했던 해당 사건 현장에서 누군가가 탈출하기 직전 그녀가 무릎을 꿇으며 보호마법을 펼친 사진이었다.


그 때 나는 떠올렸다. 그녀는 갑작스러운 대형사고에서도 자신의 정체가 들킬 걸 알면서도 사람들을 구하기위해 마법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나는 그녀가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사람들을 구하려했던 그런 모습을 슬퍼하면서도 납득했다. 내가 이대로 슬퍼하면 그녀가 슬퍼하기에 기운을 차리기로 했었다. 그런 수많은 유언비어들을 보기전까지는.


- 사진 속 여성. 재난을 일으키려다가 사망. -


- 이상한 힘을 쓴 사람. 사실은 마녀였다. -


'뭐, 무슨 소리하는거야. 마녀라니? 사람들을 구하려고 정체를 들킬 각오로 마법을 썼는데?! 마녀라고?!'


나는 그 싱크홀 대형 사건의 기사들과 너튜버들이 떠드는 말을 보고 들을수록 내 안의 분노가 끓어올랐다. 어떤 기사에는 사람들을 죽이려한 희대의 살인마로, 어떤 기사에는 인간으로 둔갑한 마녀로, 그리고 하지도 않은 살인사건의 진범이라는 기사까지 있었다. 도대체 너희들이 뭘 안다고. 뭘 안다고 함부로 떠드는거야!


나는 이런 허무맹랑한 기사를 쓴 언론사에 항의전화까지 해보았지만 아무 소용도 없었다. 오히려 그녀와 친분이 있었던 사람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일관쇠로 모른 척 했다. 게다가 기자들이 언제 나에 대해서 알았는지 기사에 실어넣었다. 그것때문이었을까. ○○역 대형 싱크홀 사건의 유가족들이 우리 가족이 살았던 아파트 앞까지 나타나서 나한테 달걀과 이물질을 던지며 항의했다. 


"이 망할 자식아! 그X때문에 내 아들이 죽었어! 살려내! 살려내라고!"


"너도 그X하고 무슨 관계야! 그X이 우리 가족 죽였다고! 당장 살리란 말이야!"


"살려내! 살려내! 살려내라고!"


유가족들은 자신의 정체를 들킬 걸 알면서도 힘을 쓴 그녀를 마녀로 매도하는 일이 늘어났고 급기야는 자칭 정의를 외치는 사람들한테까지 아파트에 쳐들어왔다. 이 일이 계속되자 아파트 주민들은 아파트 값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나를 내쫓았다. 얼마까지만해도 나를 칭찬해주고 호의를 보였던 이웃들은 나를 역겨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미안한대. 민수군. 자네가 여기있으면 우리 집값이 떨어져. 그러니까 며칠내로 집을 비워줬으면 좋겠어."


나를 믿고 걱정하고 기다려줬던 친구들 사이에서는 어울리지말아야하는 '그 녀석'이 되어있었다.


"미안. 이제 엄마가 너하고 만나지 말래. 또, 이제 우리는 아니잖냐?"


"네가 이해 좀 해줘."


날 도와줄 친척따위는 없었다."


나는 부모를 잡아먹은 후레자식이 되어버렸다.


"야! 너때문에 내 동생이 죽었어!"


"너같은 건 사람새끼도 아니야! 눈이 삐어도 정도가 있어야지!"


"어디로 갔다가 미친 괴물을 데려와서 사람을 죽여!"


"아유! 그만해요! 이러다 민수 죽겠어요! 갑자기 가족을 잃었던 애인데!"


"놔! 이런 새끼는 죽여버려야해!"


"가."


"이런 취급받기 싫으면 두번 다시 찾아오지마."


"너와 네가 데려온 애때문에 우리집 파탄나기 직전이야." 


그렇게 나는 사회로부터 괴물과 같이 산 괴인으로 찍혀있었다. 하루아침에 모든 걸 잃어버린 나한테는 남는 돈이 없었다.


돈만 없는 게 아니었다. 가족도 없다. 그녀도 없다. 집도 없다. 그리고... 나를 받아줄 곳도 없다.


"뭐지? 꿈인건가? 그냥 끔찍한 악몽인가?"


나는 세상을 구했는데….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살렸는데…. 유나도 이 낯선 세상에 와서 사람들을 목숨을 구해줬는데…. 목숨까지 잃었는데….


왜 마녀가 되어버린거지.


- 툭 -


"아, 뭐야! 왜 길 한가운데에 서있고 지X이야?"


"이노무시키가 꿀밤을 맞으려고 확 그냥!"


"어? 푸하하! 나 이 애 알어! 마녀와 같이 산 그 애잖아! 기사에서도 나왔잖아! 그만해! 사람 죽이게 생겼잖아!"


"그렇긴하네? 그 싱크홀 사건을 일으킨 마녀와 같이 산 애라면 날 죽이겠는데?"


그래. 그녀가 살던 이세계와 내가 살던 세계는 달랐구나. 이세계는 달라도 나를 적대하지 않았는데. 내 세계는 조금만 달라도 적대한다는 걸 말이구나.


"너 운 좋은 줄 알아라. 여친이 웃어줘서 넘어간거다."


"너는 얼마나 알고 있어?"


"뭐?"


"너는 소중한 사람을 잃지않아서 슬프지 않은거야?"


"뭐래는거야. 동태눈깔이."


"이제야 내가 뭘 해야할지 깨달았어. 나는…."

"내가 사랑했던 사람을 마녀로 매도한 이 세상이 고통에 빠졌으면 좋겠어."

"응? 이 중2병환자가 뭐라고 중얼거리는거야? 입을 확 찢어줘?"


"부름에 응하라. 뒤랑칼."


"아! 하하하하하하!"


"이 애 정말 겁나게 웃긴다! 캐릭터 진지하게 임하는거봐!"


- 콰직! -


"응?"


"꺄아아아아아아악!"

"그래... 슬퍼해. 후회해. 그리고 고통스러워해. 그녀만. 너희를 구했던 내 약혼녀만 슬프고 고통스러우면 억울하잖아."


"나는 용사잖아. 이 세상을 구했잖아. 게다가 그녀는 모습을 들킬 걸 무릅쓰고 구했잖아."


- 츠즈즈즈즈즈 -


"내가 제일 덜 슬퍼야하잖아."


- 후웅 -


"그리고 그녀는…."


- 쩌어억! -


"보상받아야하잖아!"


사람들을 구한 성녀는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고 끝나야 하잖아.


이세계를 구했던 용사, 김민수는 마왕과 싸울 때 입었던 갑옷들과 성검 뒤랑칼을 소환하고 무장하였다. 그리고 성검 뒤랑칼을 빛내고 들어올렸다. 그리고 검을 휘두르며 풍압과 빛을 방출하였다. 그 검의 힘에 휩쓸린 사람들을 모두 재로 만들어버렸다.


그날, 서울시 강서구가 증발하는 것을 시작으로 사람을 구하고도 마녀로 매도당한 연인의 죽음에 슬퍼한 용사는 폭주했다. 그리고 재앙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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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가 돌아왔다 1화에서 페이크 주인공이자 메인 빌런인 김민수의 동기가 빈약하다는 평을 본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런 김민수의 동기에 조금 더 설득력을 높이기위해 이런 팬픽을 썼습니다.

만약 신관이 민수와 따라가서 원래 세계에 살다가 사고로 인해 죽었다면, 그것도 온갖 유언비어로 인해 범인으로 매도당한 분노로 민수의 분노가 폭발했으면 이러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 하고 말이죠.

참고로 원작에서 나온 신관의 과거와 이름은 제가 지어낸 것입니다.

헷갈리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