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소챈러스 채널

1941년 12월 9일, Z 기동부대 기함 HMS 프린스 오브 웨일스


Z 기동부대 지휘관, 필립스 제독은 기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무언가 뒤틀려 있는게 분명하다고 그는 생각했다. 물론 언제 전투가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긴장을 하는 것은 이해를 한다. 감정까지 훈련하는 것은 불가능하니까. 하지만 이 정도로 고요하다고? 더군다나 그가 있는 곳은 기함의 함교였다. 수시로 연락이 오가도 이상하지 않은 곳이다. 그러나 그의 상념을 길게 가지 못했는데, 견시의 외침이 고요한 함교를 울렸기 때문이었다.

"좌현 견시 보고! 우현 50에서 적 전함 발견! 거리 30,000, 속도 25노트!"

"적 함급 보고해!"

드디어 시작이다. 무언가 이상하기는 했으나, 아무튼 그가 받은 명령은 동방에서 일본제국의 해상세력을 견제하는 것. 즉, 언제라도 전투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임무였다. 본격적인 전투를 앞두고 평정을 유지하려던 그의 시도는 이어진 견시의 보고에 뒤틀리고 말았다.

"야마토 급 한 척입니다!"

뭐? 그 또한 일본인들이 무언가 거대한 배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은 정보부를 통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어떻게 생겼는지, 그게 무슨 이름인지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저 견시는 알고있었다는 듯 보고를 이어갔다. 이상한 것은 또 있었다. 전함이 출격하면 으레 따라붙어야 하는 호위함대가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다. 잠시 당황했던 제독은 이내 평정을 되찾고 지휘를 이어갔다. 정보부의 보고에 따르면 저 무지막지한 놈은 18인치 주포를 들고 있다. 리펄스나 프린스 오브 웨일스의 주포로 데미지를 가하려면 일단 접근하는 것이 옳았다. 제독은 함대에 증속을 명하려 했지만, 그보다는 견시의 보고가 더 빨랐다.

"우현 견시 보고! 우현 280에 소속 불명의 함선 발견! 아군함 추정! 거리 25,000, 속도 30노트!"

"젠장, 그게 무슨 개소리야?"

애매하기 짝이 없는 보고에 직접 함선을 확인하기 위해 쌍안경을 든 그는 견시의 보고가 최선의 그것이라고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어디서도 보지 못한 함형이었지만, 희미하게나마 보이는 영국 해군기가 저 배가 적군이 아님을 나타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배는 자신이 적이 아니라는 것을 행동으로 증명했는데, 함교 앞에서 뿜어져나온 철기둥 몇 개가 하늘로 솟아 그대로 적 전함에 박혀 폭발했기 때문이었다. 

"적함 함교 상부에 화재 발생!"
"소속 불명의 함에서 발광 신호! 'England expects that every  man will do his duty.'"

그 넬슨 제독의 전언이라. 적어도 저놈이 우리의 적이 아니라는 건 확실하군. 제독은 빠르게 결정을 내렸다.

"함대 증속! 기관 25노트! 우리가 저 순양함 대신에 버틴다!"

물살을 가르며 전함이 유유히 나아간다. 그 와중에도 저 작은 배에서는 끝임없이 쇠막대가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제ㅔㅔㅔㅔㅔㅔㅔㅔㅔㅔㅔㅔㅔㅔㅔㅔㅔㅔㅔㅔㄴ장 더 못 쓰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