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 백일장 채널

아마 어린 시절의 나였을거다. 아버지께 나는 사람이 달에 갈 수 있냐고 물어봤다. 답은 끝내 안해주셨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목성은 나의 친구였으니까. 그 빛나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시간이 지나도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잊어버리지' 않았다. 오히려 목성에 가고픈 마음은 더 강해졌다. 그러나 과학시간, 과학선생님의 말, "목성은 가스행성이라...착륙할수도 걸어볼수도 없단다." 나는 실의에 빠져 한동안 꿈을 접었다.

그리고 나는 30대가 되었다. 공무원 시험을 봤는데 한번에 통과하고 지금까지는 잘 하고 있다 생각했다. 그런데 교복을 정리하다 셔츠 주머니에서 내 옛 꿈을 적어놓은 쪽지를 보았다. ...잊고 있었다. 아직도 불가능한 꿈, 하지만 당장에라도 갈 수 있을법한 마음이었다.

벌써 10년 가까이, 정확히는 9년이 지났고, 나는 마흔하나다. 목성으로 갈 사람을 뽑는다는 방이 곳곳에 있었다. 기회였다. 나는 신청을 했고, 당첨되었다. 훈련은 고되고 힘들었지만 나는 오히려 행복했다. 그리고 나머지 당첨자들이 다 지쳐서 그만두자 나는 나 혼자 가게 되었다. 우주유영은 못하지만 뭐 어때.

운명의 그날이다. 로켓은 크고 우람하고도 아름다웠다. 날 태워줄 로켓을 보니 마음이 찡했다. 탑승했고, 곧이어 카운트다운이 울렸다. 그리고...마침내 날아올랐다.

목성은 생각보다 멀었다. 빛에 가까운 속도인데도 7일이 걸렸다. 그래도 지나가는 달이나...화성같은 것들은 아름다웠다. 소행성대는 우주의 지뢰밭이라는 게 무색하게도 소행성이 띄엄띄엄 있었다. 그리고 우리의 목적지, 정확히는 나의 목적지 목성이 보였다.

목성 대기권에 진입하기도 전이었다. 본부에서 무전이 날아왔다.
"긴급, 긴급, 목성의 중력이 예상치의 두배이다. 이대로 가면 우주선이 찌그러진다. 어서 대피선을 타고 떠나라."
"그럼...언제 다시 올 수 있습니까?"
"100년. 자네가 다시 올 수 있는 확률은 제로라네."
말도 안된다. 내가 이 날을 위해 얼마나 기다렸는데...! 나는 다시 무전을 걸었다.
"...본부, 대피선은 이미 중력에 이끌린 상태, 아무래도 가망이 없다. 이만 무전을 종료하겠다."
"뭐ㄹ..."
그리고 나는 어릴적 보았던 그 목성처럼 빛났다. 우주선은 나를 태웠고, 같이 탔다.

그런데 사실 목성에 착륙할수도 없었을 것이다. 정말 땅이 아니라 가스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 인생은 빛나며 끝났으니 후회하지 않는다.


언젠가 본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각색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