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 백일장 채널


이곳은 어느 조용한 카페.


 카페 안은 손님들로 가득 차있지만, 다들 무슨 약속이라도 한듯 조용히 커피만 마신다. 그리고 검은색 정장을 입은 남성이 화장실에서 나온다. 남자는 카페 안을 둘러보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걸어간다.


남자가 카페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어느 여성이 남성의 손목을 붙잡고 말한다.


"저기요! 당신 저 봤죠?"


"네? 무슨 일인지 말해주시겠습니까?"


"시치미 떼지 마요! 당신이 절 음흉한 눈으로 봤잖아요!! 수치심을 느꼈어요! 신고할거에요!"


그 여성은 그리 이쁜편은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노안이었고, 얼굴에 점이 여럿 있었으며 평균 이하로 못생긴 얼굴을 갖고있었다. 다만, 좀무게는 정상체중이었다.


남성은 여자의 얼굴을 보더니 잠시 생각을 하다 무언가 깨달은듯 말했다.


"호오... 흥미롭군요. 통계학적으로 볼때, 이런 일이 일어날 확률은, 1인당 하루에 7만분의1 이라고 합니다. 저는 꽤나 운이 좋았군요."


"...운이 좋았다고요?"


"낮은 확률에 당첨된다는건 꽤나 좋은 일이죠. 사람을 특별하게 해주는 요소이니까요."


"아니, 그보다 저는 당신 때문에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니까요? 30만원 주면 합의해드릴게요." 


"당신 또한 운이 좋은것입니다. 세상에 성적 수치심을 느낄 확률이 얼마나 낮습니까? 통계학적으로 볼때, 여성이 하루에 성적 수치심을 느낄 확률은 4분의 1 이라고 합니다."


"...네?"


남자는 작게 씩 웃으며 명함을 꺼내서 여자에게 건넸다."


"저는 연세대학교 통계학과를 다니는 이석준 이라고 합니다. 꽤나 민감한 분이신것 같은데, 어쩌면 통계의 변화에도 민감할지도 모르죠. 저는 당신같은 인재를 찾고있었습니다. 관심 생기면 연락주시죠."


남자는 시크하게 뒤를 돌아보고 카페 문을 나섰다. 그리고 여자는 멍하니 남자의 뒷모습을 보고있었다. 그러다 무언가 결심한듯 여자는 남자의 앞으로 달려가서 크게 말했다.


"맞아요. 저는 김치녀에요. 당신에게 돈을 뜯어내려 했어요. 하지만...! 김치녀여도 사랑은 할 수 있잖아요? 저는 그래도 메갈이나 워마드는 아니에요...! 그렇게 뭔가 잘못된 사람은 아니라고요! 그러니까... 저랑 사귀어요!"


남자의 표정이 잠시 굳었다. 그러다 남자는 표정을 풀고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저는 워마드 좋아하는데. 당신은 다르네요."


"네...?"


"저는 남페미 입니다. 비록, 성별이 남자인지라 워마드 회원이 될수는 없지만, 항상 워마드이 사상을 지지해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페미니스트가 아니군요. 그리고 민감한 사람도 아니고요. 실망입니다. 당신은 저에게 쓸모가 없어요."


"그런...!"


순간, 남자의 앞으로 검은색의 고급 승용차가 멈춰섰다. 그리고 북한군 모자를 쓴 살짝 마른 남성이 창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말했다.


"이석준 동무! 빨리 타라우! 수령님께서 동무를 기다리고 계신다우! 빨리 북으로 가야하지 않소?"


"아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남자는 승용차에 탔다. 그리고 여자는 그 모습을 보고 말했다.


"당신... 정체가 뭐죠?"


"북에서 온 스파이입니다. 당신도 가시겠습니까?"


그러자 여자는 표정이 썩더니 곧장 말했다.


"아니요."


그렇게 둘은 헤어졌고, 남자는 북한의 수장에게 지금까지 모은 자료들을 넘겼고, 여자는 좋은 남자를 만나서 잘 먹고 잘 살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