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 백일장 채널
평화로운 영문고등학교 1학년 4반 점심시간이었다. 쿡이 두 손으로 얼굴을 받친 채 앞을 멍하니 보고있었다. 애스크가 그런 그녀를 향해 살며시 웃으며 살포시 총총 걸어갔다.
"그래서 쿡, 고백은 언제 할 거야?"
애스크가 쿡에게 물었다. 청춘의 사랑을 보고 있는 애스크의 눈빛은 밤하늘의 별빛처럼 순수했다. 봉사부의 쿡은 가만히 있다가 기습공격을 당해 얼굴이 붉어지며 달아올랐다.
"아 아니 그게 그건 갑자기 왜 무슨 소리야?"
쿡의 몸이 자신도 모르게 말을 더듬으며 몸을 움추렸다. 애스크는 그 반응을 보고 재미있어하며 일부러 다시 말을 반복했다.
"포한테 고백 언제 할 거냐고."
"아이 그건..."
쿡이 고개를 푹 숙이며 시선을 피했다. 얼굴은 잘 달궈진 홍당무처럼 빨갰다.
"설마 아직도 안 한거야?"
애스크가 쿡이 아직도 머뭇거리는 것에 놀라며 물었다. 쿡은 사실 '엠비시 걸프렌드'라는 이름의 봉사부의 부원인데, 부원들 대부분이 모두 그들을 잘 도와주러 와주는 포를 좋아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경쟁심 느껴지지도 않냐? 재밌는 거 알려줄까? 오늘도 바이가 포한테 선물 사줬어. 조만간 포 생일랬잖아."
기브가 그 말에 질투심을 느꼈다.
"뭐? 그게 정말이야?"
"그렇다니까. 게다가 메이크는 오늘도 메이드복 입고 걔한테 목도리라던가 이런 거 만들어줬잖아. 너희 봉사부 애들은 다 포 좋아하는 것 같더만 너는 왜 적극적이지가 않냐. 질투심도 안 나니?"
"그래도 메이크는 다른 애들이랑도 친하고 명랑하고... 나랑 딴판이라고."
메이크는 봉사부 소속이지만 선도부 소속이기도 했다. 그런 그녀는 뭔가를 베푸는 것 뿐만 아니라 뭔가를 시키는 것도 잘 하는 활발한 성격이었다. 이 외에도 메이크는 다른 무리에 많이 속하고 있었다.
"그럼 별로 그렇지도 않은 겟은 뭐라고 변명할 건데? 겟은 자기밖에 몰라서 받는 거 밖에 모르는 성격이지만 그걸 이용해서 포한테 마음 얻으려고 작정하고 있다고. 어제도 꼬리치는 거 봤잖아?"
"하지만..."
"에이, 너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해봐. 네가 왜 쿡이냐. 요리를 잘 해서 그렇잖아. 그러니까 도시락이라도 만들라 이 말이야."
"그치만 내가 잘 할 수 있을란지는..."
"괜찮아 괜찮아. 괜히 네 이름이 쿡이겠어? 제발 이름값 좀 하라고. 응?"
쿡이 부끄러워하면서 생각에 잠겼다. 포를 위해 마트에서 재료를 사는 상상, 집에서 도시락을 만드는 상상, 그 도시락을 포에게 주는 상상, 그리고 포가 맛있게 먹어주는 상상... 모두 쿡의 마음에 설렘을 한 트럭 부어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니까 해보자고. 도시락 만들기. 이번에 포 생일선물 겸으로라도 해줘야지."
"그, 그래. 그래볼게."
쿡이 수줍게 말했다. 애스크는 이런 결정이라도 내려준 쿡을 기특하게 여기며 등을 툭툭 쳤다.
"잘 생각했어. 약속이다?"
"그래. 약속할게!"
쿡의 마음에서 의지가 불타올랐다. 그리고 포를 위해 요리하는 것을 상상하며 헤벌레했다.

"그럼 잠깐만 나 할 일 있어서 가볼게."
애스크가 그 자리에서 나가며 말했다. 쿡은 포에 대한 생각만 하며 그러려니 하고 알겠다 했다.
애스크는 바로 모퉁이 뒤로 갔다. 그곳에는 투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전치사로서도 부정사로서도 다재다능하여 학교에서 인기가 많은 학생이자 학생회 회원이기도 했다.
"그래서 부탁하는 건 잘 됐어?"
"응. 잘 됐어. 덕분에. 고맙다 야. 네 덕분에 마음 덜었어."
애스크는 사실 누군가에게 잘 부탁하지 못해 오랜 친구인 투가 있어야 부탁할 때 마음을 덜 수 있었다.
"내가 이렇게 해줬으니까 쿡도 이제 뭐라도 할 수 있겠지."
"그래서 너는 언제 고백할 건데?"
투가 갑자기 애스크한테 직격타를 꽂아넣었다. 애스크의 얼굴도 아까의 쿡처럼 붉어졌다.
"아이 참, 나도 할 거라니까."
"에헤이. 너도 빨리 하라고. 내가 서포트해 줄 테니까."
"그래도... 같은 신문부고 그래서 사이가 서먹해지면..."
"괜찮아 괜찮아. 오프랑 너랑 자료수집할 때 최상의 콤비더만. 너 가끔 질문 헤멜 때 오프가 와서 도와주잖아. 가끔씩 가까이 붙어다니기도 하고. 그게 얼마나 보기 좋은데?"
"그래도 같은 동료인데 걔가 혹시라도 안 받아주면 우리 사이가..."
"나는 괜찮을 것 같은데. 보니까 걔도 너 좋아하는 것 같더만."
"뭐, 뭐, 뭐, 뭐?"
"이래뵈도 내가 사랑에는 전문가거든? 내가 고백들을 얼마나 많이 받아봤는 지 너도 알잖아. 그래서 내가 누가 나를 좋아한다 그리고 누가 누구를 좋아한다 이런 데에는 선수인 거 기억 안 나냐."
"그게 진짜야?"
"응, 진짜야. 그러니까 빨리 고백하라고."
애스크가 하늘을 나는 듯이 기뻤다. 세상이 온통 꽃으로 보이는 듯 했다.
"고마워. 지금 고백하러 갈게!"
"그래, 그래."
애스크가 바로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표정을 지으며 신문부로 뛰어갔다.
투는 그런 애스크를 보며 나지막이 생각했다.
"사실은 네가 오프가 아니라 나를 좋아했으면 좋겠는데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