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도 네 죽음을 끝까지 지켜본 적 없다

매번 너 가장 빛날 때 보았더니 그 주황 비명을

네가 지르는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더구나

그래서 왜인지 모르게 속이 울렁거린다 했다


해야. 너 아름답지만 너 죽은 다음이 더 아름답다

멀리 빛나는 너 좋지만 나만을 비추는 가로등이 좋다

사람 가득한 거리도 좋지만 텅빈 곳에는 비로소 내 자리가 생긴다

너의 죽음은 너의 안식이며, 나의 안식이로다


높이 뜬 너 뭍은 후에 생각한다

나 죽어도 이리 아름다울까

그다지 죽고 싶던 적은 없어도 네 끝은 

내 끝 역시 아름다울 수 있기를 빌게 만든다


그러나 너는 언제 죽었느뇨

누가 죽였던 곳이냐

스스로 죽은 것이느냐

세월에 깎여나갔느냐


스스로 떠난것이라면 난 슬프구나

하루마다 자살하다니

세상이 그토록 보기 역겹더냐

그 속에 나는 어떠더냐


나 늙으면 너가 느낀 만큼의 역겨움을 느낄까

아니면 세월에 무뎌져 미소 뒤에 포기를 두를까

새삼 나 질문만 너무 많이 했구나

답이 원체 없는게 삶이라 어쩔수가 없구나, 미안하다


해야 나 외롭다

너 없는 밤에 더 그렇다

나는 밤이 좋지만

너의 부재를 증오한다


너가 그리했듯이

달은 나만을 비추지 않는다

어두워지기만 한 동일한 세상에서

난 내 속에 가라앉는다


내 속에는 나도 몰랐던 것들이 있다

끄집어 내고 구경할때면

즐거워 미칠때도 많지만

날 잡아찢으려 노려보는 눈들이 더 많다


너 죽을때 나 데리고 가라

밤이 무섭다

날 마주치기 무섭다 

내가 무섭다


살았을 뿐인데 외롭다

나와 행복할 사람이 아니라

나와 함께 외로운 사람을 찾는다

하지만 삶은 외로운 것이지 않은가


난 삶을 함께할 사람을 찾는구나

미약한 깨달음과 함께

또 밤을 버티다 잠에 든다

죽으려든 내 얼굴 한번만 보고 가주려무나


해야, 해야, 나의 해야

오늘은 죽지 마라

끔찍함을 한번만 삼켜보자꾸나

나 끝까지 그리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