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즐거웠던 연회와 신성한 그녀


연회에 초대되어 가보았는데 거기에 있던 것은 너무 귀여운 토끼, 곰, 고양이, 개 등등의 다양한 동물들 그리고 내가 경외하는 신성한 그녀였다 연회 손님이 모두 모였기에 음악이 흘러나왔고 

모두가 춤을 추기 시작한다 나는 그녀 앞에 다가섰다 실물의 그녀가 내 경외를 더욱 강하게 하였다

나는 그녀와 함께 춤을 춰도 되는지 물었고 그녀는 내 제안을 흔쾌히 수락하였다 그녀와 춤을 출 때 잡히는 그녀의 매우 부드러운 손 때문에 매우 쑥스러웠지만 그럼에도 그녀가 나와 춤을 추는 것이 

매우 즐거워보였기에 쑥스러움은 단번에 사라졌다 정말로 즐거운 한 때 인것 같다 춤이 끝난 뒤에는 다 같이 맛있는 만찬을 먹고 연회에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 덕담도 나누었다 하지만 그녀 외의 나머지 동물들이 종이를 꺼낸 뒤부터 모든 것이 바뀌었다

그 연회는 겉으로는 이상적인 연회지만 종이를 떠받들며 종이에 자화상을 새기는 추악한 종교시설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녀도 그 종이를 꺼내며

동물들이 하는 짓을 할려고 하였다

치가 떨렸다 우리의 즐거운 연회는

저 종이 하나에 모두 무너졌고

그녀도 연회를 등지고 종이로 돌아섰으니까

나는 내 품에 고이 숨겨두던 총을 꺼냈다

그리고 그녀를 제외한 자화상을 새기고 있는 모든 동물들을 총으로 쏴 죽인다 내가 이러한 이유는 그녀만큼은 연회를 즐겨야 하기 때문이다 

총성이 울릴 때마다 동물들의 비명이 들렸지만

나에게 죄책감 따위는 이제 없다 모든 총성이 울리고 많은 동물들의 사체 사이에 그녀 하나가 남겨져 있었다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나의 이러한 모습에 충격 받고 뒤로 주춤하였다 그녀의 얼굴 앞에 성큼 다가온 나는 그녀의 가여운 얼굴을 보고

그녀의 얼굴에 튄 핏자국을 내 엄지손가락으로 닦아주었다 그녀는 잊어야 한다 방금 전에 있던 모든 것을 그녀의 신성함이 없어지지 않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이 그녀에 대한 경외를 지속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따라서 나는 그녀의 눈을 가리기로 하였다 그녀의 눈을 가린 뒤 나는 그녀를 데리고 한 때 즐거웠던 연회를 떠났다 나의 행위는 어쩔 수 없는 사랑의 도피가 되어버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