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4334


오, 불 들어왔다. 스위치를 다 켜고 빨간색 버튼을 누르면 되는구나.


그러면 그 옆의 버튼을 누르면 어떻게---



Day 4337


아, 아,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지금 창 밖의 별들은 아주 밝게 빛나고 있어요. 평소처럼요! 


음... 그거 외에는... 잘 모르겠네요. 똑같은 순간의 반복이라서요.


안녕히 계세요!


... 잘 되고 있는거 맞겠지?



Day 4339


안녕하세요? 저번 녹화는 성공적이었어요! 


슬슬 별들을 바라보는 것도 질려가고 있었는데, 이렇게 새로운 할 일이 생기니 좋네요.


앞으로는 주기적으로 여기서 저 자신을 녹화해보려고 해요. 그러면 반복적인 일상도 재밌어지지 않을까요?


녹화가 끝나면은 일단은 기록보관소에 있는 책을 한 권 읽어보려고요.


안녕히 계세요!



Day 4340


책을 읽는다는 건 참 신기한 일 같아요. 굳이 여기저기 돌아다니지 않아도 새로운 것들을 보고 배울 수도 있고요.


단지 아쉬운 거라면, 그림이 없는 책들은 뭘 설명하는지 상상하기가 어렵다는 거 정도?


아 그리고 몇몇 책들은 이미 읽어본 것 같더라고요. 이런 책들도 다시 읽는 게 맞는 걸까요?


뭐 책은 많고 시간도 많으니까 천천히 고민해봐도 될 거 같아요.


안녕히 계세요!



Day 4341


그러고 보니, 당신은 누구일까요? 이 영상을 보고 있을 사람 말이에요.


미래의 저? 이 카메라를 움직이는 인공지능? 저 별들 너머에서 올 누군가? 아니면... 아직 찾아내지 못한 방에 숨어있는 사람?


만약 누가 숨어있다면, 반가우면서도 조금 무서울 거 같네요... 조금이 아니라 많이요.


그래도 누군가가 반대편에서 제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건 참 기분좋은 일인거 같아요. 그 누군가가 설령 저 자신이라도 말이죠!


안녕히 계세요!



Day 4343


저번 영상을 녹화하고 나서 생각난 건데, 당신에 대해서만 고민했지 절 소개하는 건 까먹었어요.


제 이름은... 뭘까요? 기억이 나지 않아요. 아니면 원래부터 이름이 없었을 수도 있고요. 아니면 원래부터 이름이 없었던 걸 기억하지 못하는 거일수도 있고요. 모르겠어요.


단지 이름 뿐만이 아니라 제가 누구인지도 기억이 나지 않아요. 아니면 기억할 거 자체가 없는 거일까요? 그래도 책을 읽는 법이나 음식을 준비하는 법을 아는 걸 보면 무엇인가는 기억하는 거 같긴 한데 말이죠. 


뭐, 제가 누구인지 모르면 앞으로 알아가면 되는거 아니겠어요?


일단 저는 이렇게 생겼고 제 목소리는 이래요. 이건 이미 알고 있죠? 만약 당신이 기억할 수 있는 존재라면, 이 얼굴하고 이 목소리로 기억해줘요! 


그러면 당장은 이름이 없어도 괜찮을 거에요.


안녕히 계세요!



Day 4344


혹시 저 자신에 대해 알아볼 수 있을까 해서, 기록보관소에서 여러 책들을 뒤져봤어요.


일단 저는 인간인 것 같아요.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며, 생각하는 존재이다." 책에서 나온 말이에요.이 카메라를 움직이는 것도, 책들을 읽는 것도, 지금 무슨 말을 할 지 생각하는 것도 모두 저니까 말이에요. 


그리고 다른 책에 의하면 저는 여자라고 하네요. 다행히 이 책에는 그림이 몇 개 그려져 있었는데, 여자라고 적힌 그림이랑 제 모습이 조금 더 닮은거 같아요.


그 외에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두 책 다 형이상학이니 2차성징이니 하는 어려운 말들이 나오기 시작해서 포기해 버렸거든요. 당장 저 자신을 알아가는 거랑은 큰 상관도 없어 보였고 말이에요.


나중에 다른 책들을 더 읽어보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게 저 책들을 붙잡고 있는 것보단 나을 거 같거든요.


아 참, 그러고 보니 인간이 생각하는 존재라면, 당신도 인간이겠네요? 만약 당신이 절 보고, 절 기억하고, 저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면 말이에요. 비록 당신이 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우리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니 재밌네요.


... 우리, 우리라... 참 신기한 단어에요...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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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처음 써보는 소?설이라 2화가 나오긴 할 지 어디로 가는지 아무것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미지 속에서 아름다움이 나오는 것 아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