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웠던 밤이었다.


나를 위로해주는 것은 월광 뿐.


그 이외에는 차가운 바람과, 

주제를 모르고 흩날리는 눈꽃만이 나를 소리없는 울음으로 인도할 뿐이었다.


그 때 어디선가,

가을 하늘과 같이 청명하기도,

부모님의 품속처럼 따뜻하기도 한 

멜로디가 들려왔다.


들려오는 멜로디에 몸이 먼저 반응했다.

나는 그 노래가 무엇인지도,

지금 이 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멜로디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노래가 끝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따뜻하고 청명한 멜로디는 사라지고

다시 차가운 바람과 흩날리는 눈꽃만이 그 자리를 채워놓았다.


그것이 너와 나의 첫 만남.

그렇게 노랫소리로 이루어지고 이어진 첫 만남은 

나의 과거를, 

그리고 나의 현재를 위로해주었다.


두 번째 만남은 오래 걸리지 않아 이루어졌다.

첫 만남이 이루어진 바로 다음 날,


너는 같은 시간, 같은 공간, 같은 곳에서

똑같은 그 청명하고도 따뜻한 멜로디와 함께 나타났다.


나도 첫 만남과 같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 순간, 멜로디가 멈추었다.


그리고, 네가 나타나 내 옆에 걸터 앉으며,

‘그 악기’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노래가 끝나고, 나는 너에게 말을 걸어보았다.

그러나 너는,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채

어딘가로 사라졌다.


두 번째 만남 이후, 

우리는 그 겨울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같은 시간, 같은 장소, 같은 곳, 같은 멜로디로

우리만의 작은 연주회를 진행했다.


만남이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차가운 바람과 흩날리는 눈꽃이 아닌,

따뜻한 바람이 나 그리고 우리의 주위를 감싸고,

새롭게 피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꽃망울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너는 아직도 입을 굳게 잠근 채,

연주가 끝나면,

아무 말 없이 어딘가로 사라졌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봄의 절정이던 그날, 벚꽃이 떨어지는 그곳에서,

우리는 여느날과 마찬가지로 연주를 시작했다.


그 날, 연주가 끝나고 너는 처음으로 나에게 

“나, 오늘이 마지막이야.”

라며 말을 걸었다.


너무나 당황스러워 재차 두 세번 묻는 나에게

너는 똑같은 대답을 반복 할 뿐이었다.


순간 울음이 터져 나왔다.


처음으로 나에게 하는 말이 그거냐고,

앞으로 우리의 연주회는, 우리의 만남은 

이루어 질 수 없는거냐고, 와 같은 울분과 슬픔, 안타까움을 토해내는 나에게 


너는 “미안 알려줄 수 없어.”이외에는 말 하지 않았다. 


그러고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내저으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오늘 우리를 스쳐가는 이 순간을 기억하자,

오늘 우리를 비추는 달빛을 기억하자,

그리고 지금 이 노래, 이 멜로디를 가슴에 새기자.

행복했고, 미안했어”

라고 귀에 속삭인 뒤, 내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그 순간

떨어지는 벚꽃은 우리를 감싸고, 

달빛은 우리만을 비추며

이러한 우리를 축복하는 듯,

우리가 연주해온 멜로디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너와의 시간은 끝이 났지만,

마지막 날까지의 시간과 마지막 순간의 기억은

가슴에 새겨져 나의 주위에 남았다.


너에 대해서는 그리고 우리의 만남에 대해서는 

그 무엇도 알 수 없었지만

이것 하나는 확실하다.

이제 더 이상 나는, 나의 밤은 춥지 않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