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봄이다


미처 보내지 못 했던 지난 겨울의 연장선이다

미처 채우지 못 했던 기억이라는 필름 속 여백이다


속절없이 번지는 노을빛 속

두 손 맞잡고 거니는 잔상은

매일 밤 나를 울음으로 지새우게 했던

당신이 남긴 유일한 흔적이다


창틀 틈새로 내려앉은 꽃잎이

화사한 봄을 뽐내며 겨울을 밀어낸다


나는 여전히 그 겨울에 머물러 있는데

이런 내 마음은 아는 지 모르는 지

섣불리 다가온 봄의 여파는 억세기만 하다


봄이다

끝끝내 봄이다

온통 새하얀 봄이다


다가올 여름은 하얀 여름

다가올 가을도 결국엔 하얀 가을이다


나는 아직도 그 계절의 색을 벗어나지 못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