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끔한 벽에 차가움이 느껴진다
달팽이 한 마리가 발자국을 남기며 지나간다
지나온 길에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
무엇하나 자랑할 만한 게 없다
작은 존재 하나라도 그들이 지나간 길을 남긴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다 했다
지나간 자리에 아무것도 없으면 아름다운 것일까
차가운 벽을 만지면 지나간 자리에 따스함이 남는다
아 저들보다 작은 존재라 생각한 내가 부끄러워진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 뜨거운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나보다 작은 존재에게 느꼈다 아니 어쩌면 나보다 클지도
-이야기-
시인들이 달팽이를 통해 많이 느끼는게 있나보다,
'달팽이가 지나간 길'이 원래 쓸 제목이었는데
이 제목만 한두명이 아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