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활을 끝내고
봄의 기운이 어느 대학생을
부드럽게 간지럽힌다
술보다 독한 봄기운을 빌려
이리저리 사람들 틈으로 날아가지만
어딜가든 페르소나 논 그라타가 된 거 같다
남들이 나를 향한 축객령을 넘어서
아예 나라는 존재가 없다는 식으로 나오니
봄기운의 달달함과
이데아의 부드러움이
고등학교 3년 시절 동안의
까끌거림과 씁쓸함이
마음 한 켠에서 비수가 된다
인간에게 50년이 부여된다면
50번의 봄이 나를 스쳐 지나가고
그 중에서 봄바람의 달달함을 제대로 느낄 세월은
하늘의 세월은 물론 인간의 세월보다
덧없이 짧을텐데
난 왜 달달함을 느낄 수도 없고
사람들한테 내 존재를 알릴 수 없을까
봄바람의 달달함이 아니라
북풍의 쓴맛을 느끼고 싶은 사람은 없는데
나도 북풍의 쓴맛을 느끼고 싶지 않다
하늘의 세월에 비하면 찰나에 불과한 봄바람이
유일하게 나한테 오지 않으니
차라리 나에게 그 카타나를 건네서
복부에서 내장이 달아나게 했으면 좋겠다
봄바람의 순수한 달달함을
마음껏 만닉할 수 있는 시간인데
나한테 그 달달한 것이 오지 않는다면
차라리 내 내장을 꺼내서
영원히 달달함을 누리지 않게 만드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