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오기 직전 노을빛

유난히 높은 하늘을

그리도 고단한 하루를

스스로 불태워 밝힌

그 숭고한 희생 끝에 

내일만을 기약하며 남은

하늘 저편에서부터 아득히

세상이 검게 칠해지는 곳

그 속에 남아있는 붉은 단말마

이 말 못하는 나무가 알고

하늘 향해 뻗었던 초록빛 손

태양의 마지막 붉은 빛

고운 손으로 전부 받았지만

그 열기 못이겨 바닥에 떨군다

한밤 중에 하얀 등불 밝혀

단풍 옆에 가만히 앉으니

추락한 절규 어찌 아니 가슴아프랴

이슬 맺힐 때까지 같이 슬퍼하다

졸다 일어난 나무 옆의 풀


그곳에 맺힌 이슬은 유난히 뜨겁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