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뻑 젖은 몸으로 당신은 내게 온다

내게 팔벌려 다가온다

나는 팔벌려 다가간다

바싹 마른 몸으로 나는 당신께 간다


가까이 다가가서는

기꺼이 잡아먹힌다


그 포옹은 서늘했더라지

이 한밤 밝히는 시린 달빛보다도

사람들 사이 떨어져내린 차가운 눈물보다도


그 포옹은 따뜻했더라지

저어기 타오르는 한낮의 샛별보다도

사람들 몸속 흘러내리는 뜨거운 혈액보다도


대류하는 호흡과

전도하는 피부로


오래간 상전이하는 

창백한 서릿발은


앞으로 맞닿은 가슴과

등뒤로 끌어안은 손으로


한순간 교차하는 

열렬한 따스함은


빛바랜 웃음에 

불씨를 지펴 타오르는데


서로를 불사르는 색잃은 바람은

경계의 색조차 앗아가

마침내 한덩어리가 되었으니


몸은 떠남을 알았으되

마음은 아직도,


아직도 순간을 잊지 못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