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비가 오면 문득 생각하기에

이곳은 너무도 담담하다는 것이다.


저기 가랑비는

창문의 틈새—

세상의 웃쪽을 요동치며 

온실(溫室)을 원하고 있는데


때로는 그것이

빗물의 절규와 같이 느껴지고는

버틸 수 없이 괴로워진다.


그 슬픔의 한 켠

창살 사이에 끼어 죽은

딱정벌레의 한숨을

우리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다.


밤새 흐르던 빗물을 닦아내고

구석에 뒤박힌

어린 벌레의 모습을 마주할 때면

창문을 닫고 찝찝한 공포에 잠기는

그런 생각인 것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