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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이 흘렀다. 짧은 시간이지만 많은 것이 변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얼마 전까지 교사들에게 책잡히는 것없이 범생이로 불렸던 승연은 새롭게 떠오르는 골칫덩이 문제아가 되었다.

예전부터 그를 좋게 보고 있던 담임교사는 시간이 날 때마다 승연을 교무실로 불러와 타일러 봤지만 소용없었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오히려 모범생이었을 때보다 변한 후, 성적이 훨씬 더 좋다는 점이었다.


용준은 어느샌가부터 변한 승연이 더 익숙하다고 느꼈다.

아니, 처음부터 승연이 그런 아이였다고 생각이 들었다. 자신을 업신여기고 무시하던 옛 모습조차 잘 떠오르지 않았다.


"뭘 그렇게 생각해?"


승연이 얼굴을 앞으로 들이내밀자 멍하니 있던 용준은 화들짝 놀란다.


"어. 아무것도."


승연은 의심스럽다는 눈초리로 자신의 시선을 피하는 용준을 내려다본다. 그리고 그의 책상에 걸터앉으며 조심스럽게 그를 떠본다.


"여친이라도 생겼나?"

"그런 거 아니야."


용준이 당황해하며 극구부인한다. 승연은 양 볼이 발그랗게 달아오른 용준을 보며 킥킥 웃는다. 그리고 시시하다며 책상에서 일어나 자리를 뜬다. 용준은 승연을 따라나서려다 멈칫하고 뒷문으로 걸어나가는 승연에게 질문한다.


"어디가는데?"


승연이 뒤돌아 용준과 마주본다. 그는 뒷걸음질로 교실을 나가며 자신을 바라보는 용준에게 말한다.


"상담실. 담임이 보재서. 금방 올게."



··· 



담임은 승연이 상담실에 오자 미리 준비해 둔 '델몬트' 병 음료수와 초코칩 하나를 건네준다.

승연은 의자에 앉자마자 "감사합니다." 말하고 그녀가 준 음료수와 초코칩을 받는다.

그녀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시선을 한 곳에 두지 못하고 두리번거리는 승연에게 질문한다.


"승연이, 선생님이 왜 불렀는지 알아?"


담임은 자신이 미리 준비해 둔 승연의 성적표와 상벌점기록표를 승연의 앞에 내놓는다.

승연은 두 문서를 내려다보다 무슨 말인지 알겠다며 담임을 쳐다본다.


"승연이 성적이 많이 올랐더라. 전교 10등 안에 들던데."

"네."

"그래. 근데···."


담임이 볼펜을 꺼낸다. 그녀는 상벌점기록표에서 홍승연 이름이 적힌 칸에 동그라미를 승연과 눈을 마주친다.


"여기 벌점 보이지? 몇 점이지?"

"13점이네요."


승연이 담담하게 말한다. 담임은 성적표와 상벌점기록표를 책상에서 정리한다. 그리고 엄지손가락으로 턱을 괴고 승연을 지그시 응시하며 질문한다.


"승연아. 벌점이 왜 이렇게 많이 쌓였을까."

"성적만 좋으면 되는 거 아니에요?"


승연이 담임에게 되물었다. 예상치 못한 답변에 담임은 당황했는지 눈이 살짝 흔들렸다. 그는 담임의 시선을 피해 다른 곳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을 이어갔다.


"동진이도, 상범이도 벌점 많은데 성적 좋으니까 다들 그러려니 넘어가잖아요."

"승연아 그건 말이지."

"아니면 걔네들 어머니가 학교 지원해주는 장학재단 대표여서 그런건가요?"

"승연아. 그런 거 아냐."

"그럼요?"


사실 맞는 말이었다. 성적이 좋은 아이들은 아무리 벌점이 많아도 간단한 청소라도 시켜 차감시켜주려 했다. 설령 교칙에 위배되는 행위를 해도 종종 일부러 넘어가는 경우도 많았다. 아이들의 고등학교 진학 결과가 학교의 평판과 직결되어있으니 말이다.

담임은 승연을 어떻게 설득할지 곰곰히 생각한다. 그리고 한마디, 한마디 신중하게 이야기를 꺼낸다.


"승연아. 선생님은 승연이가 성적이 안 좋아도 괜찮아."

"네."

"그런데 우리가 살면서 지켜야 될 규칙이란 게 있잖아. 그리고 그걸 안 지키면 당연히 벌을 받고."


승연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선생님은 성적이 좋은 것보다 먼저 사람이 되는게 중요···."

"세상은 그렇지가 않더라고요."

"어? 그게 무슨 말이니."


승연은 자신도 모르게 내뱉은 말에 '아차'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지으며 자신을 쳐다보는 담임에게 아무것도 아니라 말한다.

담임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녀는 훈계를 마저 끝내고 교우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낸다.


"그러고보니 요새 용준이랑 자주 어울리던데."

"네.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였어요."

"그랬니?"


담임은 의외라며 살짝 놀란 표정을 짓는다. 그러다 걱정스러운 말투로 충고한다.


"그런데 선생님은 승연이가 용준이랑 어울리는게 조금 걱정되는데."


그러자 승연은 곧바로 정색하며 담임의 충고에 소심하게 반항한다.


"아니에요. 용준이 착한 얘에요."



···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