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받는다는 것이 무엇일까

나를 나로서 사랑해주는 것이 무엇일까

72번의 사계와 1번의 봄을 지났는데

장미와 튤립, 그리고 매화와 벛꽃들은

서로를 서로로서 좋아해주고

햇빛 아래에서 

서로가 가장 아름다울 시기에

서로의 미를 향유하고 있는데

구석에 박혀있는 볼품없는 호박꽃은

저들의 법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아름다움을 향유하는 무리들이

웃고 울고 화내고 즐거워하는 것을

함께 표출해 나가는 것을 보며

호박꽃은 어둠 속에서 소리없이

그리고 눈물도 없이 슬픔을

묵묵히 삼키고 있을 뿐이다

그것의 마음은 햇빛 아래에 가 있는데

어둠 속에서 73번의 계절을 겪은 

볼품없는 호박꽃은

햇빛에 머무를 기회도

미를 향유할 법도도 배우지 못해

영원히 어둠 속에 가라앉는다

슬픔과 괴로움에 고통받아

스스로 꽃잎을 떼어낸 뒤

줄기를 이로 끊으려 했지만

나약한 호박꽃은 그러지 못했다

아무리 슬픔이 깊어도

법도를 알지 못한 괴로움이

도나우 강이 되어서

줄기를 자를 마음이 있다고 해도

용기가 없는 호박꽃은

죽지 못해 살아간다

72번의 계절의 심연에선

73번째 계절에는 

햇빛을 받을 수 있다고

그렇게 기대를 했다만

73번째 계절에 우연히

그 꽃이 햇빛을 받을 기회가 있어도

그 꽃의 한 번 실수로 인해

햇빛은 호박꽃을 영원히 떠나갔다

찰나의 햇빛을 놓쳐버린 호박꽃은

더더욱 비참한 몸부림을 치며

영원히 심연으로 가라앉고 싶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