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곁에는 이파리, 이파리 뿐이다

봄날에도 갈색으로 타들어가는 이파리, 이파리 뿐이다.


언젠가 내 곁에는 바람도 떠나고

달만 남아 나를 비추는데

그래도 내 손을 잡기가 역겨운지라

달빛은 나를 피해 호수 한 가운데에 내린다.


삼월 사월 즈음 찬찬히 돋아나는 새싹을 보고

너는 조용히 눈물을 훔쳤지

그래, 새싹을 보고 눈물을 훔칠 줄 아는 사람이란

얼마나 멋진 사람인가 깨어있는 사람인가 아름다운 사람인가


하나 둘 셋 바람을 타고 이파리가 휘청거리다

뚝- 끊겨서 내 앞에 앉으면 

그길로 어둡고 어두운 갈색으로 물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