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에 비가 내렸다. 마침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해방감을 느꼈다고 한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런 기쁜 감정이 아니다.


나는 가만히 젖은 땅을, 그 위에 떨어지는 비를 들여다 본다. 어떤 모험도 시작되지 않는다. 가슴 뛰는 일, 없다. 젊다는 이유로 목숨은 아까운 것이 되고 만다.


비가 오는 것 정도를, 사건이라 말할 수 있을까?

죽는 건 무섭지 않다. 다만 시간이 가는 게 무섭다.


뭐, 이 비가 그치기도 전에 늙어버리진 않을 테니 괜찮아. 나는 선언을 조금 미루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