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을 수 없어서 떴다.


아침, 계절모를 바람이 분다.

겉옷의 두께도 잊어버린 채

집히는 손에

가방끈만을 부여잡고 나선다.


편히 내려가지 않는 마음

하지만 다시 길은 내려 걸어간다.

같이 지하철을 타는 회사원

어딘지 모를 당신의 목적지가

감히 내 목적지가 될 수 있기를


올라가는 길

따라 올라오지도 못하는 그 마음은

떠나보내는 우리의 청춘인가

잡고싶은데 잡을 수 없는 그런


내게 무언가가 비었기에

내 배도 비워졌을까,

잠시 무언가를 먹으며 채워넣는다.

오늘도 다 채우지는 못할 것 같지만


해도 들어가는데,

나도 들어가야 하는걸까

오라는 곳은 아직 없는데

나도 들어가야 하는걸까

아직 그 주름살 펴드리지 못했는데

내가 들어가도 되는걸까


떨어지면 나도 떨어질까봐

고개를 빳빳히 든다

든 고개에서 무언가 떨어지지 않게

오늘도 버텨다오

내가 해줄 수 있는게 없는건

내 몸에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그래, 오늘은 이만 힘든 눈을 감아주자

매마른 눈에 잠시 물을 칠하고

내일을 위해, 그래 내일을 위해

눈을 감자


눈을 감을 수 없어 또 떠야하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