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가득 들어찬 목련의 겨울눈을 발견했다


길가에 우뚝 선 자목련의

수줍고도 자그마한 겨울눈을 지켜보며


오늘 한 번

피었나 보고


내일 한 번

피었나 보고


모레 한 번

피었나 보고


보드랍고 편안한 겨울눈의 모습이

이제는 서서히 머릿속에서 잊혀질 때쯤


알은 깨어진다-


겨우내 따뜻하고 안락한 곳에 익숙해져

틱틱대며 수줍어하던 연보랏빛 목련잎이

자신의 짧은 사명을 다하러 용기를 내본 순간


그 순간의 목련의 꽃잎 하나하나는 세상에서 가장 숭고한 존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