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저 망망대해를 가로지르는 항해자요, 홀로 여행하는 외로운 여행자네. 8척 정도 되는 배 위에서 인생을 보내는 작은 인간일세. 


    배에 달려있던 돛은 떨어져 나간 지 오래되었네. 그래도 작은 노는 남아 있지만, 젓기 힘들어 손에 대지도 않은지 며칠 되었네. 나의 배는 목적지를 잃은 지 오래, 그저 출렁이는 파도에 몸을 맡겨 시간을 태울 뿐이네.


    내 하루 일과는 단순하기 그지없네. 하루 종일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배 근처에 놔둔 통발을 한번 보는 것뿐일세. 오늘은 생선 한 마리가 잡혀있었네.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은 적도 상당히 있는지라, 오늘은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네. 


    생선의 꼬리를 잡고 빼내 갑판 위로 던져 놓으면 파닥파닥 몸부림을 치네. 몸부림이 더욱 거세지기 전에 먼저 해야 할 것은 칼로 숨통을 끊는 것일세. 큰 크기의 생선은 아니지만 이 정도 크기의 생선도 며칠은 버틸 수 있는 양분을 주네. 맛도 딱히 특별하지 않네. 강렬한 생선 비린내가 혀의 감각을 마비시켜 음식을 먹었을 때의 만족감은 없네. 그저 하루하루 영양분을 씹고, 소화할 뿐 일세. 미식을 먹어본 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나 이런 음식에 대해 불만은 없네. 미식 같은 사치는 이런 배에서는 불가능하네. 


    음식을 다 먹으면 오늘의 일과는 끝일세. 남은 시간은 전부 마음대로 보내면 되네. 그러나 이 작은 배 위에서 할 게 있다면 얼마나 있겠는냐마는 말일세. 결국 다시 몸을 배에 눕혀 잠을 청하는 게 최선이네. 바다를 바라보기는 무서워 하늘을 바라보네. 저 푸르른 하늘을 바라보며 눈을 감으면, 곪아 떨어지는 것은 순식간이네. 


    나는 연명하고 있네. 살아간다, 라는 말로 말하기에는 부끄럽네. 저 위대한 하늘 아래서 위험을 무릅쓰고 탐험하는 모험가를 포기한지 몇 년이 되었네. 가장 밑바닥인 해수면 아래로 잠기지 않을 정도로만 있으면 만족하네. 이런 작은 배도 없어 저 아래로 익사 당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는가? 이런 배 위에서 사는 것도 축복이라면 축복일세. 


    여기에 사는건 평범하네. 행복하지는 않지만 말일세. 애초에 ‘행복’이라는 감정은 만족감을 느낀다는 것이 아닌가? 여기서 산다는 것은 모든 감각, 또는 감정을 거세시키는 걸세. 오늘따라 생선이 비려도 화가 나지 않네. 파도가 거세 잠이 잘 오지 않아도 별 생각이 없네. 모든 감정, 모든 느낌을 뇌 속에서 제거하지 않으면 이 배는 불만족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네. 하나 하나에 감정적이지 않아야 하네. 그냥 파도에 떠내려 보내네. 


    저 위에서 앉아있는 사람들은 나를 보며 손가락질하네. 왜 저렇게 사느냐고. 인생의 목표가 없는 것이냐고. 확실히 남들과는 다르지만 나는 내 목표를 확실히 정해놓네. 고통을 피해 사는 것. 나는 착실히 이 목표에 다가가고 있다고 생각하네. 이렇게 살다가 죽는 것. 일단 지금의 나는 이렇게 사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네. 


    모든 것은 지워지네. 당신이 쫓으며 이룬 모든 것들도 당신의 심장이 멈추면 몸과 같이 전부 재로 돌아가네. 당신이 쌓아올린 모든 지식과 업적도 시간이 지나면 마모될 것일세. 저 영원할 것 같은 태양도 언젠간 흑색왜성이 되어 이 어두운 우주 속에서 흔적도 찾기 어려워질걸세. 저 밤하늘의 별들도. 나도, 너도. 


    나는 죽을 때까지 갑판 위에서 존재할 걸세. 내가 적은 이 글도 사라질 때까지 나라는 존재를 새겨줄 걸세. 나의 인생, 나의 글도 마땅한 평가를 받고 사라질 것 일세. 그것에 대해 슬프게 생각하지 않네. 애초에 슬픔이라는 것도 느끼지 못한지 한참 된 것 같기도 하지만 말일세. 


    파도가 나를 끝으로 데려다주네. 자, 한번 떠나보자. 모든 것을 등지고 떠나보자. 파도여, 나를 저 멀리 데려다 다오. 저 수평선을 넘어, 나의 끝으로, 나의 죽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