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 정신이 핑 돌더니 아스팔트 밑으로 발이 쑥 꺼지고 바닥이고 물고기고 아무것도 없는 미적지근한 청록색의 물 - 심해 한 가운데로의 침잠.


귀가 먹먹하고 앞은 약간 탁하고 흐릿하게 어두워 기묘한 공간감만 남고, 코로는 물이 계속 들어치고 내뱉는 숨은 요상하게도 간신히 글자임을 알아볼 수 있는 검은 뒤틀린 세로쓰인 글구로 위로 올라가고


이럼에도 결국 머리 속은 전에 없이 개운하오

그 물 안의 어둠 안의 자아

라는 것과 마주하여 넋을 나누니


퍽 두렵기도 하지마는 내심 바다 깊숙히 끌어질 때를 기다리고 있소 - 나만큼 나를 사랑할 것도 없고 나만큼 나를 죽이고 싶어하는 것도 없고 나만큼 내가 아닌 것도 없고 나만큼 나에게 위협이 되는 것도 없는 일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