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기 끌고 어디로나 가고 있소

사락거리는 금방울 수놓인 양 밭 사이로 맨발로 걷소


하늘을 빈틈없이 채운 무르익은 해가 나 이 죄인에게 조광하시오. 고개숙인 청중들이 뜻모르게 압도하는 누우런 곡식 냄새 나는 길이요


몇 가지 틔여나간 나의 삿갓의 낡음, 나의 누더기야 아 아름다운 경치에 더없이 괴기한 재판장을 걷는구나 


...나 이 죄인은 지금 몇 가지 틔여나고 발은 달아 반 쯤만 남아있소 살덩어리고 핏자국이 예쁘게 내가 왔던길 수놓아 누런 벼 군중들 | 순교자의 비척거림을 여실히 보여줄 흐뭇한 피의 수묵화 | 누런 벼 군중들 ... 향긋한 피내음에 그륵그륵하는 끌리는 쓸모없는 쟁기가 미소짓게하고 아 이것이 예술이구나? 잔인하고 이해 어려운 것이 재미지


요상하게 풍요로운 풍경의 요상하게 뒤틀린 나그네, 끝없이 이어진 길에 따듯함에도 역겨운 화풍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