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책에 그대 이름 적어봅니다.

몇번이고 가득, 차안 생각을 두레박으로 간신히 길어내고 있는 처지요


그대 나를 멀리하실 적이면 

불어오지나 말 것을 어찌


그대 나를 눈띄우고  

아주 멀리 

보이지도 않을 적이면

아예 불어오지도 말 것을 어찌


공책을 이만 덮어버리려다 그만둡니다

그대 잊으려 하면 내 창 열고 슬그머니 다시 들어앉아 가끔씩 달아오른 인두로 나를 놀래고 분홍 흉터 남기지 않소


그러니 내 그대 이름 적은 공책 펼쳐 두면

가끔씩 꽃잎들이 나부낄 적에

팔락 팔락

 

날개짓하여 서서히 빈 공책만 남기고 가지 않으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