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닮은 하얀 꽃잎 휘날리고
연둣잎조차 낙엽 되어 떨어져
앙상하고 추한 가지만 남아있어도
그 모습 마저 아름다워
세상을 적시는 빗물 몇 방울을
벚꽃아 너는 아느냐?
소담스럽지만 진중한
세상을 향해 핀 새하얀 손
보기만 해도 입에 그려지는 호를
매화야 너는 아느냐?
눈을 감아도 아른거리고
눈을 떠도 한없이 수놓인
적적한 세상에 보라빛 미소를
진달래야 너는 아느냐?
바람조차 베어버리는 가시에도
그 붉은 마음 아름답다며
피 닦으며 활짝 웃는 바보를
장미야 너는 아느냐?
싫어하는 듯하면서 찾아오고
가까워지는 듯하면 다시 멀어지는
그 농락에 웃으며 우는 멍청함을
파도야 너는 아느냐?
죽어버린 고목에서 언젠가는
푸르른 청춘이 피어날 거라며
나무 아래서 조는 나의 미련함을
너는... 무슨 느낌인지 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