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태양이 떠 있는 시간 동안에 하늘이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꼽으라면 나는 황혼녘을 꼽을 것이다. 물론 정오의 새파란 하늘도 아름답지만, 나는 태양이 하늘과 조화를 이루며 몽환적인 색깔을 자아내는 그 순간이 가장 아름답다 하겠다.


봄, 매화꽃이 피어 있는 시간 동안에 매화나무가 가장 아름다운 시기를 꼽으라면 나는 매화꽃이 떨어지기 직전을 꼽을 것이다. 물론 꽃만이 만개한 매화도 아름답지만, 나는 꽃잎이 잎새와 조화를 이루며 싱그러운 정취를 자아내는 그 순간이 가장 아름답다 하겠다.


인생도 다르지 않다. 육체적으로 튼튼하고 혈기가 왕성한 젊은 시절도 아름답지만, 나는 이런저런 경험을 해보며 식견을 넓혀 남의 것과의 조화를 이룰 준비가 되어 있는 중년이 가장 아름답다 하겠다. 다만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아름다운 조화가 있기 위해서는 이전까지의 과정도 아름다워야 한다는 것이다. 석양도 미세먼지 없는 새파란 하늘이 있던 날에만 아름답게 저물고, 매화꽃도 미처 잎사귀와 조화를 이루기 전에 다 떨어져 버려서야 의미가 없다. 지금의 나는 언젠가는 저물 아름다운 석양과 언젠가는 이룰 아름다운 조화를 향해 길을 닦아야 할 때다. 나의 하늘에 미세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관리하고, 나의 매화가 만개할 수 있도록 열심히 가꾼다. 내 인생도 언젠가는 강렬한 노을을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하며 오늘도 하늘에서 미세먼지를 한 줌 덜어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