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전 창문챈에 글 쓴 적 한 번도 없고 애초에 문학을 써본게 한 손에 꼽을 정도로 경험이 적고 관련 책도 별로 안 읽어봤고... 아무튼 제 문학력은 한없이 낮습니다. 너무 매몰되지 말아주세요.

주제는 '고생고생해서 대학고 왔는데 왜 청춘 없음? 쟤들은 도대체 어느 틈에 나 빼고 친구먹고 연애했음? 내 이상적인 캠퍼스 라이프 어디 감?'으로 이해했습니다. 주제의식 전달 면에서는 완전 잘 되었어요. 인정입니다.

다만 아쉬운 건 형식 면인데요. 좀 산문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각 행만 읽었을 때는 재미있다고 생각했는데 행 구분 같은 '시'스러운 장치에서는 흥미롭지 않았습니다. 글자 수 비슷하게 만드는 거 이상의 의도를 행 구분에서 못 느꼈어요.

그리고 차라리 시가 5줄 짜리면 모르겠는데 그것보단 긴 편이잖아요? 그거랑 겹쳐서 좀 지루합니다. 저도 시 한 번 써보려고 시 쓰는 법 책을 읽어 봤는데 시적 긴장감이라는 말이 있더라고요. 산문과 달리 일부러 어렵게 씀으로써 몰입을 높이고 의미를 되새기게 만드는 중요한 장치랍니다. 처음 읽었을 때는 그냥 어이가 없었는데 이 시들이 그 예인거 같아요. 시의 매력인 함축이 덜 녹아있다? 그런 느낌입니다.

아예 소설로 쓰시면 전부 해결이긴 한데 일단 시를 쓰는 건 고정이라 치고, 재 솔루션은 대충

1. 표현을 줄일 수 있을 때까지 줄여보자!
2. 산문시에 도전해보자!

두 가지입니다.

1번은 어떤 느낌이냐면, 맨 앞의 3줄에 있는 말고 그 어떤 상징도 쓰지 말아보세요. 위에서는 행 구분만 말씀드렸는데 그것말고도 비유가 많다는 감상이 들었습니다. 표현 하나를 커다랗게 하면 좋을 것 같은데 비유 1,2,3,4,5가 있는 느낌이에요. 그게 꼭 문제는 아닌데 비유 하나만 가지고도 요로케조로케 보면서 내내 우려먹을 줄 아는 게 고수니까 한 번 도전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2번은 제가 산문시 예시 작품을 들고 오면 참 좋을텐데 지금 시 쓰는 법 책이 저 멀리 있습니다... 암튼 검색해보시면 알겠지만 얼핏보면 산문 형식으로 쓰는데 잘 보면 시적인 함축은 또 잊지 않아서 맛있는 시들이 있습니다. 산문시들은 단어 하나하나 깎아내지 않고 문장 레벨로 다듬다보니 좀 더 문장 사이의 연결이 스무스하고, 그래서 무의식적인 측면이 담기는 게 특징이에요. 어차피 시조마냥 운율 빡빡하게 지키시는 스타일도 아니시고, 대체로 내적 갈등이 주 소재니까 이런 무의식스러움을 담아보는 것도 좋아보입니다.

말이 길었는데 아무튼 함축을 위해 덜어보라는 겁니다. 단어를 쌓는 거는 진짜 훌륭하세요. 저는 지옥이나 이데아 같은 무거운 말을 넣으면 필력으로 커버가 안 돼서 중2병 환자의 글이 되어버립니다. 그런데 시를 보니까 커버를 어떻게든 치시더라고요. 이제 덜어낼 줄만 아시면 실력이 급상승하실 거에요. 응원합니다.

전체적으로 무거운 시를 쓰는 걸 좋아하는 거 같은데, 시는 함축적인 의미를 담는 게 좋다고 들었음.
짧고 간결하게 쓰기 힘들면, 윗댓글에서 말한 것처럼 산문시를 써보는 걸 추천함. 
나도 장황하게 쓰는 걸 좋아하는 타입이라서 말하고 싶은 건 많은데 함축하기가 힘들어서 쭉 쓰겠다는 마음은 이해하는데, 시 치고는 읽기가 너무 힘들다.

벽돌체가 가끔 보이는데 벽돌체는 웬만해서 안쓰는 게 좋음. 어쩌면 벽돌체때문에 읽기 힘든 거일수도 있음.
산문 시 좀 찾아보고 비슷한 구조로 연습하면서 쓰면, 나름 괜찮을 거 같다고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