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맑고

춘풍은 따뜻한데

나는 왜 아직도 추워하고 있고

진짜 추울 때보다 더욱 고통스럽게

기침을 끊임없이 하는 것인가


나는 추위를 잘 타지 않았는데

겨울을 건강하게 보냈으니

나머지 세 계절도 건강할 거 같았는데

왜 지금의 나는

봄날의 따스함과 다르게

다시 겨울로 돌아간 거 같을까

따스한 바람이 나의 육신을 관통하는

차가운 기병창 같아서

봄기운이 너무 부드러워

내 몸이 너무 따갑다

몸과 세상이 따로 노는 지금

차라리 늘 겨울이었으면 좋겠다


늘 겨울인 몸에

봄기운이 내 몸 바깥을 찌른다면

기침은 아마도 내 몸을

안에서 두들겨 패겠지

겨울인 몸을 인지한 기침은

기지개를 펴서 내 폐를 때리고

내 기도를 때리다

역겨운 무언가를 뱉어내게 만들다가

나중엔 그마저도 뱉어내지 못하게 만든다


난 기침을 계속 달고 살아야 할까

계속 달고 산다면 그 이유는 뭘까

두 눈이 있어도 적실 눈물이 없어서

대신 기침으로 읍소하라는 것일까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


73번째 계절

아니면 19번째 봄은

이때까지의 봄보다 너무 추웠기 때문에

그리고 외로움의 바다 아래에

너무 오래 잠겨 있었기 때문에

엄청나게 나약해진 난쟁이 아니면

고독함에서 벗어날 수 없는 난쟁이는

눈을 적실 수도 없기 때문에

하지만 죽을 의지가 없기 때문에

이렇게라도 울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난쟁이가 인간이 아니라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존재가 될 것 같아서

기침으로 울라는 것이겠지


근데 기침으로 운다고 해도

어차피 메울 수 없는 슬픔의 바다는

빠져나올 수 없는 슬픔의 바다는

나의 뮤즈가 되어버린 슬픔의 바다는

고독의 심연과 뒤섞여 끈적해졌는데

기침으로 운다고 조금이나마 잊을 수 있을까

계속 울고 있기 때문에

내 육신은 구타당하는 것 같은데

그래서 해저에 묻혀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나아지라는 것일까


눈 앞에 보이는 게 없는 슬픔의 바다와

고독의 심연은 내 몸을 녹이니

차라리 이 난쟁이의 존재를 영원히 사라지게 해 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