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몰아쉰 숨 한 번에 가슴이 철렁인다

당신의 날이 선 눈초리에 고개가 추락한다


단감처럼 굳세게 무르익었던 청춘은

그 속내를 까뒤집고 나서야 썩어 문드러진 실체를 드러낸다


눈망울 위에 한껏 고여

곧 추락해도 이상하지 않을

수놓인 별들이 위태롭다


냉담한 당신을 향해 묻는다

여름을 아느냐고

당신은 우리의 여름을 기억하느냐고

미약한 온기나마 실추된 당신이

어떻게 나의 여름을 부정하느냐고


이렇다 할 출처 하나 없이

그저 감으로 주장한 당신의 운명은

이리도 얄팍한 것이구나 한참을 되새겼다


꽃 같다며 맞잡아 주던 손이 허전하다

말 없이 맞추었던 눈동자는 텅 비었다

끈적이게 사랑을 속삭이던 입술은 휑하다


또 다시 제자리 걸음이다

복잡한 문제라도 정답은 있기 마련인데

사랑이라는 미묘한 감정이 주는 물음엔

여전히 명쾌한 답이 서지 않는다


그래서일지도 모른다

이 불확실한 감정 위에서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자행하는 것은

언젠간 마침표를 찍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꿈 같은 날을 향한 절절한 기대감 때문에


사랑 앞에 마냥 환히 웃을 수 있는,

그런 날이 내게도 오지 않겠느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