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가들이 내게 속삭였다.

 "그 일을 계속 하고만 있을겐가?"

 "자네는 힘이 있네, 언제까지 그 망할 17시간 근무를 할 생각인겐가?"

 사상가들의 물음은 짧았다. 내가 언제까지 이 일을 할것이냐 묻기만 할 뿐, 그들은 늘 저에게 매번 같은 물음만 던질 뿐이다.

 "글쎄요? 제가 이 일을 그만 둘까요?"

"제가 일을 그만 둘 일은 없습니다. 하루 17시간 근무라고해도 나에겐 돈만 들어오면 그만이거든요."

 제법 딱딱하고도 목적있는 말을 나는 사상가에게 답했다. 사상가들은 자기들끼리 따로 얘기를 주고 받더니, 하나 둘 내 곁을 떠나갔다. 매번 보는 언짢아하는 사상가들의 얼굴은 내가 최근에 지내오는 일상 중 하나이기도 하다. 최근 내 일상은 사상가들의 물음에서부터 시작된다. 매주마다, 항상 같은 시간에 회사에서 불법적인 선동을 주최하면서 떠도는 사상가들은 내가 내쫓아야할 인물이기도 하다. 난 회사의 경비원이니깐, 몇 개월 전만해도 난 다른 사람들과 같이 공장에서 일했다. 허나, 사상가들의 말에 하나 둘 일을 그만 두거나 자리를 지키지 않게 되었고, 어느새 내 부서엔 나 밖에 남지 않았다. 자리를 지킨건 나 뿐이였다. 사상가들에게 휘둘리지 않은 건 나 뿐이였다. 난 그렇게 윗 선들에게 잘 보일만한 자리에 놓여져 있던 맛있는 파이와도 같았다. 동시에 유일한 파이이기도 하지, 그렇게 난 진급했다. 사상가들에게 휘둘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난 경비를 맡게 되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배정 받은 일은 '사상가들이 회사 내부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 그 뿐이다. 허나, 내가 사상가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아무리 막아도, 하나 둘 이탈하는 공장 동료들과 더불어 매일 새벽마다 날 찾아오는 공상가 무리들 때문인지 윗선에선 날 의심하기에 이르었나 보다. 내게 잉크와 펜, 조잡한 빈책을 준건 어제 낮이였다. 내게 그것들을 쥐어주고는 '오늘부터 경비일을 하는 도중 생긴 일들을 모두 적어내라' 는 명령을 받았다. 기분나빴다. 사상가들이 날 찾아온다는 이유로 날 의심한다고? 공장 동료들이 하나씩 이탈하는건 외부에서부터 사상가들에게 동요된게 아닌가? 어찌 내게 책임이 있다는 것인가? 그러면서도 나는 그 일을 하고 있다. 그저 조용히 일만 한다면 돈을 받을 수 있지 않은가? 난 그렇게 생각한다. 오늘 날에 새벽이 지나간다. 낮에는 그리 특별한 일은 없다. 낮엔 사상가들에게 있어서 시위를 위한 시간인지라 사상전파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 오늘의 하루도 무난히 지나갈 것이라 믿는다. 늘 그래왔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