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하나같이 어떻게 그리 빨리 자라냐고 묻지만
그 때엔 우리 둘 다 많이 어렸잖아요.
서투른 점도 많았고, 어리숙한 실수도 많이 했었죠.
서로에게 모난 말도 많이 했고, 먼저 듣겠다고 해놓고서는 못 참아서 터진 적도 두루 있었고.
때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바라보기만 했던 때도 있었죠.
그러다가도 어느 날에 아픈 듯 하면 따스하게 다가와 걱정해주기도 했었던
그런 따스한 마음을 저는 멀리 떠나온 지금까지도, 아직 잊지 못하고 있네요.
어느덧 그저 한 두 번 만났을 뿐이었는데, 당신을 향한 마음이 나도 모르게 커져서는
일상 속의 모든 상호작용마다 당신 생각을 했던 때도 있었네요.
그대의 친절은 모두를 향했겠지만, 내 인생의 친절은 당신뿐이었으니
어쩌면 다 끝나버린 옛날 이야기에, 미련을 가지는 것도 그리 개연성 없는 이야기는 아니겠죠?
나는 바쁜 일상에 치여 그대를 잊다가, 어느덧 우리가 주로 만나던 새벽 시간이 되면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다 결국 몇 번이나 접었던 마음을 펴서 그대를 만나러 오고 마는 거네요.
아, 오랜만이에요. 잘 지냈나요. 저는..
이제야 왜 왔냐고 묻는 말도 없이, 그저 그 자리에서 묵묵히 나를 지켜보는 그대에게
저는 왠지 모를 죄책감에, 한참을 기다리다, 결국 입을 열고 말하기 시작했답니다.
숨을 가다듬고, 어깨를 펴고, 초점 없는 눈을 바로잡고.
당신 칭찬에, 못난 마음 받는 것이 두려워 그만 그대로 떠나버렸답니다.
당신이 하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것만 같아서 그만 도망쳐버렸답니다
처음 받는 사랑에 당황하여 허둥대는 스스로가 부끄러워 돌아볼 수가 없었답니다.
그래도 결국엔 이렇게 다시 보게 된 걸 보니, 뭔가. 어색하면서도 기쁘네요.
잘 지냈나요. 저는 가끔 당신 생각이 났어요. 금세 시간이 많이 지났네요.
앞으로도 당신은 여기에 있겠죠. 그저 별 말 없이 여전히 바라보는 채로..
마치 어두운 골목을 비춰주는 따스한 가로등 같이 말예요.
미숙하고 서투른 이야기도, 빛나는 재치가 있는 이야기도, 따듯하게 밤을 비춰주는 이야기도
모두 당신은 그저 품은 채로 그 자리에 있겠죠. 아, 이래서 당신을 좋아하나 봅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그대의 책장에 나의 서투른 마음을 슬쩍 끼워 넣고 갑니다.
다시 만날 날엔 당신에게 조금 더 멋진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기를 바라며
다시 이렇게 안녕을 말하네요.
구독자 3257명
알림수신 40명
그대의 꿈을 펼쳐라 그것이 바로 문학일지니
🖋시
당신을 만난 지도 어엿 삼 년이 다 되어가네요
추천
0
비추천
0
댓글
0
조회수
26
작성일
수정일
댓글
글쓰기
새로운 댓글이 달렸습니다!
최근
최근 방문 채널
최근 방문 채널
번호
제목
작성일
조회수
추천
공지
아카라이브 모바일 앱 이용 안내(iOS/Android)
27953517
공지
[필독] 창작문학 채널 사용 규칙 (2024. 04. 11 ver)
622
공지
창작문학 채널 가이드 (2023. 06. 19 ver)
1469
공지
[필독]창작문학 채널 공지 모음
2890
공지
(공사중) 2024 산문 총정리
387
공지
☆☆☆2023년 올해의 문학 최종 수상작!!!☆☆☆
380
공지
☆☆☆2024년 1분기 이분기의 문학 수상작 발표☆☆☆
93
공지
아카 대회 모음+우리 동네 이벤트 모음
5568
공지
신규 릴레이: 릴레이/나무) 시작! + 릴레이 규칙
57
숨겨진 공지 펼치기(4개)
21933
🖋시
요구르트
32
1
21932
📖소설
천계기행문 (天啓紀行文) #1 - 명계에서부터 천계까지
23
0
21931
📖소설
죠죠) 7-82. 이니그마 소년 ①
17
0
21930
📰잡담
쓸 게 없다
[4]
67
0
21929
🖋시
히포크라테스
46
0
21928
🖋시
넓은 이마
20
0
21927
📰잡담
이거 우연이겠지
41
0
21926
🖋시
영원한 바닷속으로
30
2
21925
🖋시
눈 앞에서 승강기를 떠나보내며
[1]
33
1
21924
🖋시
도망가지마! 맞서싸워!
[2]
90
0
21923
📰잡담
피드백을 받고싶은데...
60
0
21922
📰잡담
2024년 4월 20일자 념글목록
[1]
37
0
21921
🖋시
어영
21
1
21920
🖋시
1일1시) 기억
[1]
36
1
21919
📖소설
지식의 나무 - 1부 6화
[1]
39
1
21918
🖋시
숨결
34
1
21917
🖋시
회의
15
1
21916
🖋시
명백히 글러먹은 세상
[4]
98
2
21915
❓피드백
초여름
[3]
117
3
21914
📖소설
우주의 점에서의 점: 개인
[1]
38
1
21913
🖋시
날 선 그림자
[4]
170
9
21912
🖋시
만월
18
0
21911
🖋시
과거의 집착에서 벗어나
[1]
27
2
21910
📖소설
죠죠) 7-81. 옛 만화가를 보러 가자! ③
32
1
21909
🖋시
고착
22
0
21908
🖋시
슬픈 골목대장
[4]
205
9
21907
🖋시
홈커밍
27
0
21906
📰잡담
소설가 되고 싶은데...
[6]
120
0
21905
📔수필/극본/독후감
이해할수없는것
40
1
21904
🖋시
자조적 나태
[1]
46
1
21903
🌐써줘
평소에 구상해 놨던 줄거리
[15]
176
1
21902
🖋시
거울
[3]
38
0
21901
📔수필/극본/독후감
밴드 츠유
53
2
21900
🖋시
피해자 가해자
25
0
21899
🖋시
특수상대성이론ㅡ시간지연에 관하여
[2]
65
1
21898
❓피드백
스핑크스의 언덕
32
0
21897
🖋시
이로리
36
2
21896
🖋시
팝콘(수정본)
22
0
21895
🖋시
버스정류장
[1]
34
0
21894
🖋시
중국인 식당
44
2
21893
🖋시
망설임
24
0
21892
🖋시
출근길의 버스정류장
25
0
21891
🖋시
그림
24
0
21890
🖋시
살별
33
2
21889
🖋시
간격
23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