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어린 

화염의 열기 아래, 

우중충한 빗물은 

겨우내 얼어붙은 

병사들의 심장조차 

녹여 없애버렸다.

부패한 시신의 악취가 

진흙창 위에 올라올 적

이름모를 잡초는 무엄히도

기름진 새싹을 틔우니

따스한 햇빛조차

이제는 타들어가는 갈증이다.

포신의 파편 더미.

건물의 앙상한 흔적조차

한낮 역사의 파편으로 

집어삼켜 없애버릴

어느 기름진 흑토위에 

해바라기들은 고개숙여

얼굴을 들지 못하리라.


-2024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크린키 전선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