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다자이 오사무의 얼굴


이 곳에선

내 몸에 거미줄 같은 사슬이 묶여있고

사슬에 묶여 분투하는 나의 모습을

저 앞에 다자이 오사무가 하나하나 기록한다

모두가 그러하다


사슬에 영원히 묶여질지

사슬을 끊을지는 내 선택에 달려있다


사슬에 영원히 묶인 걸 선택한 사람은

답답하지만 안식을 취한다 

이 때 다자이 오사무는 이 사람을 

진정한 '인간'이라고 도장 찍는다



사슬을 애써 끊은 사람은

보이지 않는 저 밑으로 죽으러 갔다

이 때 다자이 오사무는 이 사람을

'인간 실격'이라고 도장 찍는다


내가 사슬에 묶여있는 이 곳은

중요하게 되어버린 장소들

다자이 오사무는 놀랍도록 차가운 눈으로

날 지긋이 바라보고 있다


나는 사슬에 묶여 

답답함에 숨막혀 편안히 지내는

어떤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며

나는 사슬을 끊고 죽으러 가며

공포감에 환히 웃고 있는

어떤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며


결국 어긋나버린 내 얼굴을

저 다자이 오사무가 바라보게 한다

다자이 오사무는 무슨 표정을 짓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