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와 다름없는 점심시간,겨울방학을 맞이한지 1달이 다 되어가는 나는 방에서 책을 읽고 있다.딱히 책을 좋아해서 읽는 것은 아니다.그저 시간을 떼울 거리가 필요했을 뿐.어떤 일을 하든 흥미가 붙질 않기 때문에 정해진 것 없이 손에 잡히는 대로 시간을 떼우며 하루를 지낸다.

 

“아들! 밖에 나가서 찌개용 돼지고기 한 팩만 사와! 오늘 저녁 김치찌개 할 거야!”

 

부엌에서 엄마가 부른다.페이지가 얼마 남지 않은 책을 덮어 놓고 밖에 나가기 위해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방에서 나와 현관을 나서니 차가운 공기와 함께 겨울에 어울리지 않는 강한 햇빛이 나를 반겼다.

 

“얼른 사가지고 와야지.”

 

서둘러 마트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그러다 주변 카페에 있는 사람들의 말이 내가 그동안 잊고 있던 사실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너 바꿀 이름 정했어?”

“아직 못 정했어..그냥 지금 이대로 살아도 되지 않을까?”

“에이, 그래도 한 번뿐인 인생인데 너가 원하는 이름 하나 지어보는건 나쁘지 않잖아?”

 

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이어져오던 전통이 하나 있다.그것은 바로,성인이 돼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이름을 다시 지어서 바꾸는 것이다.어쩌다 이런 전통이 생긴지는 모르지만 예상하건데,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자신이 원하는 인생이 있어서 그것을 대표할만한 이름을 짓는 것이 아닐까 싶다.현재 내 이름은 윤시온.따뜻함을 베푸는 인간이 되라는 뜻이다. 하지만 나는 내가 직접 나서서 사람들을 도와주는 그런 인간이 아니다.이런 내가 이 이름을 사용해도 되는건가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나도 이 오랜 전통을 따라 이름을 바꾸고자 한다.하지만 이 생각을 1년 전부터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이름으로 삼을만한 것을 찾아내지 못했다.잡다한 생각을 하니 어느샌가 마트에 도착해 있었다.고기를 고르고 계산대에 도착했는데 다행히 사람이 별로 없어서 얼른 계산하고 나왔다.집에 간식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근처에 있는 잉어빵 파는 곳을 가서 슈크림 맛 5개와 팥 맛 5개를 추가로 샀다.각기 다른 맛 두 개를 천천히 맛보며 집으로 향했다.

“엄마 저 왔어요.”

“잉어빵도 사왔네? 있다가 저녁 같이 먹으려고 사미도 불렀으니 같이 먹어.”

“사미누나가 왔어요? 어디있는데요?”

“네 방에 아까 들어갔어.”

“왜 남의 방에 허락도 없이 들어간거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