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글쟁이는 피드백을 환영합니다!
전편들이랑 세계관도 같고 미묘하게 스토리가 이어지는 느낌이 있지만 안봐도 이해에 문제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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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사각.'
조용한 학생회실 가득 물결치는, 펜촉이 종이에 스치는 기분 좋은 소리.
소리의 근원은 은은한 미소를 띤 채, 홀로 책상에서 쉴 새 없이 무언가를 써내리고 있는 소녀였다.
너무 몰두한 나머지 아직 내가 들어왔다는 사실도 알아채지 못한 듯 했다.
그녀의 풍성하고 긴 머리카락이 늦가을의 갈대밭처럼 부드럽게 굽이치며 내려왔다.
퍼져 나가는 갈대의 물결을 휘어잡고 포니테일로 올려묶은 탓에, 그 안에 숨겨져 있던 조그마한 개울이 맑은 푸른빛을 내며 모습을 드러냈다.
희고 깨끗한 피부는 누구도 밟지 않은 순수함을 간직한 설원과 닮아 있었다.
교복은 정석대로 마이까지 단정하게 갖춰 입고 있었음에도, 숨길 수 없는 몸매의 빼어난 굴곡이 그 위로 도드라졌다.
왼팔에는 '선도'라고 적힌 노란 완장을 차고서, 정갈한 자세로 앉아 산더미같은 서류를 해치우는 모습은 그야말로 올곧은 학생회장의 표본이라 할 만했다.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업무 속에서도 그녀는 그린 듯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눈동자와 맞춘 듯한 푸른 꽃 모양의 머리장식이 그녀의 움직임에 맞춰 유선형의 꽃잎을 살랑살랑 흔들었다.
지금까지 보았던 그 누구보다도 '완벽'에 가까운 차림새.
그녀를 본다면 누구나 동경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녀는 그 자체로 빛나는 사람이었다.
"어머, 오늘 전학 왔다던 --구나? 학생회에 무슨 볼일이 있니?"
하지만 왜일까.
하늘을 닮은 푸른 두 눈동자 속에선 따스한 햇살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먹구름이 낀 듯 탁한 빛이 어렸다.
갈대 수풀 속에 가려진 개울이, 다른 이가 닿지 않는 곳에서 숨죽여 흐르는 그 모습이,
어쩐지 외로워 보여서.
나는 그저 조용히 미소지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