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나리타행 비행기가 작살났다.

여자 태우고 달릴 중고차도 박살났다.

뙤약볕과 미세먼지를 마실 자전거도 망가졌다.

버스를 갈아타가며 약속을 가지 않는다.

외출복으로 갈아입지 않는다.

일어난 자리에서 잠든다.


종신 수도사가 담장 밑 텃밭을 받아들인다.

무기 징역수가 철창 밖 만남을 단념한다.


낮마다 뜨는 이성의 태양은

나를 이리 서술하고 싶어한다

한 이삼 년 공부로 썩으면. 죽은 듯 지내면.

한 공부로 썩으면, 죽은 지내면

썩으면. 죽으면.


평생을 성과 없이 돌던 나침반이 가슴안에서 굳는다.

“평생을 뭐 하나 해보지도 못하고 빌빌거렸지”

건강해질 일 없는 신체는 고사에 진입했다.

“언제나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줄 것 같은 얘야”

모든 잘만난 것들이 서울의 달밤에 취해 서술할 나이다.


넌 죽어도 여길 뜰 수 없어

했어야 할 모든 구경을

떠안은 꿈의 무게가

나만이 맞는 恒常의 아침마다 무겁다.


나만이 맞는 回歸의 아침마다 무겁다.


나만이 맞는 故鄕의 아침마다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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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3줄 : 틀 흉내라기보다는 '항상', '회귀', '고향'의 어감을 강조하려고 일부러 한자로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