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언제나 사후세계에 대해 궁금해한다.


그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자기가 천국에 갈지 지옥에 갈지, 사후세계는 어떻게 생겼는지, 그런 갖가지 이유들이 존재할 것이다.


나도 그 곳에 대해 궁금해했다. 


그리고 현재 천계에 대해 정착한 3년 뒤인 지금, 난 내가 경험한 사후세계의 모습을 여기에 적어보려고 한다.


#1 명계


사람들은 죽으면 그와 동시에 낯선 기차역에서 다시 태어나게 된다. 단, 다시 태어난 모습은 이승에서의 모습과 다르다. 대부분은 이족보행을 하는 동물, 한 마디로 수인이었고, 나도 마찬가지로 은색 갈기와 금색 눈을 가진 늑대수인이었다.


기차역은 굉장히 넓고 사람들로 북적였다. 한동안은 어디로 가야할지 애를 먹기도 했다. 티켓을 받아야한다는 걸 알게 된 건 한참 뒤였다. 


그렇게 난 티켓을 발급받으러 티켓발급소로 향했다. 


광할한 벌판에 발급소가 쫘르륵 펼쳐져있었고, 이 곳 역시 줄 서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한참을 기다리고 난 후 드디어 내 이름이 불렸고, 난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발급소에 들어갔다. 나를 맞이해준 건 북극여우 수인이었다. 다만 그녀는 일반적으로 보이던 수인들과는 달리 민트색 머릿결을 지닌 이질적인 모습이었다. 


왜 다를까라는 그 의문은 옆에 적혀있는 명함을 통해 해소되었다. 


에페 라일, 정령 (물 속성) 


금색 판에 필기체로 쓰여진 명함이었다. 이 때 난 정령들의 존재를 처음 알았고, 또한 꿈꾸게 되었다. 뭐, 지금은 접었지만 말이다. 


그 이름표를 뚫어지게 쳐다보던 중, 엔터키를 탁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정령은 알쏭달쏭한 미소를 지으며 뒤로 향했고, 무언가가 인쇄되는 소리가 들렸다. 그 때부터 심장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범죄도 안 저지르고 착하게 살았다고 난 생각했지만, 저승의 기준은 다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인쇄기가 멈추고, 한장의 붉은색 티켓이 기계에서 나왔다. 


"천계행이네요, 축하드립니다!" 정령이 환하게 웃으며 내게 티켓을 건내주었다. 그 순간 그동안 걱정이 싹 내려가며 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티켓엔 그녀의 말과 똑같이 "천계행"이라 적혀있었다. 


"오른쪽으로 가시면 천계행 기차역 셔틀버스가 있어요. 그거 타고 가시면 돼요!" 그녀가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었고, 난 "네!" 대답과 함께 발급소를 나왔다. 부푼 기대감이 내 마음속에 가득 차오름을 느끼며 말이다. 


발급소 밖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했다. 기뻐하는 사람, 슬퍼하는 사람, 분노하는 사람, 애매모호한 표정을 짓는 사람들 등 광장엔 많은 감정들이 교차하고 있었다.


왼쪽은 지옥행, 중앙으로 가면 이승으로의 환생이나 판결이 보류된 사람들, 오른쪽으로 가면 천계행인 모양이었다. 왼쪽으로 가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긴 했지만 그쪽 분위기는 딱 봐도 심상치 않아보여서 그냥 얌전히 오른쪽으로 가기로 했다. 


셔틀버스는 내 생각보다도 빨리 도착했다. 버스 안에서는 자신들이 베푼 선행들을 자랑하는 사람들이 넘쳐났다. 그 중에선 소방관들, 종군 기자들같이 이승에서도 존경받는 사람들도 많았다. 사명감만으로 일하는 걸 이렇게라도 보상받으니 다행이다싶었다. 


버스 안에서 본 명계는 편차가 컸다. 출발할 당시의 명게는 하얀색 건물이 즐비한 도시였으나, 좀 벗어나자마자 광할한 들판이 펼쳐졌다. 마음과 같아선 가는 내내 풍경 감상을 하고 싶었지만, 너무 피곤하기도 했고 계속 똑같은 벌판만 나오는 탓에 중간에 잠들어버렸다.



상당히 깊은 잠에 빠져들었던 모양이다. 옆 사람 말로는 3번 흔들었을 때야 겨우 깬 모양이었다. 화창했던 하늘은 어느새 어둑어둑해져있었다. 


명계의 밤은 아름다웠다. 특히 별들이 아름다웠다. 서울에 살며 빛 공해, 미세먼지에 시달린 내겐 이런 깨끗한 밤하늘이 정말 감동이었다. 정말 별들이 쏟아져내릴 거 같다는 말이 과언이 아니었다. 적어도 내가 보기엔.


별 감상을 뒤로하고, 우리 일행은 역사 내로 들어갔다. 고풍스러운 외관과 다르게, 내부는 굉장히 세련된 현대식으로 되어있었다. 


돌아다니는 사람들만 봐도 명계에서 처음 나온 기차역과는 사뭇 달랐다. 여기선 머리에 링이 달린 천사들도 심상치 않게 보였으며, 소위 '정령' 이라 불리는 수인들도 많이 보였다. 그리고 난리통이었던 전 역과 다르게 정말 발걸음 소리만 들릴 정도로 고요했다.


그 후 우린 천계행 기차를 타기 전 마지막으로 티켓 검사를 했고, 그대로 기차에 탔다.  기차는 1인석 하나하나가 1등석 수준이었고, 안내원 천사들도 친절하고 최고의 수준으로 우릴 대해주었다. 명계에서 천계로 올라오는 과정을 창문이 굳게 잠겨있는 바람에 보지 못한 것만 빼면 기차 내 서비스는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난 기차에서 천계 가이드북, 행동 지침들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상당히 길어 시간 때우기도 적당했다. 


그리고 우린 그렇게 모든 사람들의 목표인 천계에 도달했다. 




이 기행문의 첫 목차인 만큼 죽고 나서 내가 어떤 방식으로 천계로 향했는 지를 중점적으로 적었다. 솔직히 나같은 경우는 굉장히 순탄하게 천계에 도착했기에 적을 거리가 그리 많지는 않았고, 그로 인해 재미도 떨어질 수 밖에 없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앞에 명시해놓았듯 이건 정보 전달 목적도 강하기에 그런 측면에서 보면 난 이 글에 꽤 만족한다. 다음엔 독자들이 궁금해할 사실에 좀 더 중점을 두어 글을 써보도록 하겠다. 


첫번째 목차는 그럼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다.




소설 재활 겸 기행문 형식도 시도해보고 싶어서 써본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