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손가락만한 잉크병은 온 세상이 얽힌 타래이니

일 필 찍어 끌러내면 한 줄기 이야기를 속삭여와


한 획으로 가른 세상 틈새 새 생명을 틔워내어

한 획으로 이은 인연 쫓아 사람끼리 맺어지고

한 획으로 새긴 시간 따라 삶의 역사 흘러가다

한 점 찍어 붙박힌 천원, 둘레 두루 회전하는 천구


까만 배경지에 희파랗게 빛나는 획을 펼쳐내어

짧은 실 올곧은 선, 굽은 실 흐릿한 선,

두꺼운 실 무거운 선, 얇은 실 깊은 선,

꺾여 다른 실을 가르고, 휘감아 선끼리 묶여,

실들이 엮여 새끼줄로 나아가다, 갈라지고 끊겨


어느새 온 세상을 뒤덮은 반짝이는 커튼 콜


일등성, 삼등성 구분않고 맥동하는 이벤트


한 터럭조차 이 하늘의 일원이니


굽이치는 공간속에 제 삶을 새겨넣는다


그 시작은 구분없는 병속의 물방울이었으나

펼쳐내면 저마다의 자랑스런 문장이 되니

바라보면 퍽 아름다운 작품이 그려졌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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