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살아야 해요?"


목동이 내게 물었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아이 앞에 무릎을 꿇고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아마 오늘 아침 아이가 아끼던 새끼 양이 죽어서 그런 물음을 던졌지 싶었다. 무심한 어른의 눈초리로 보면 그랬다.


"왜 그러니? 양을 잃어서 그래?"

"아뇨. 정말 궁금해서 묻는 거예요. 나는 왜 살아야 해요?"


아이야, 왜 네 입꼬리가 그리 처져 있는가? 네가 정말 궁금해서 묻는 게 맞을까?


네가 호기심이 많은 아이임은 알고 있단다. 너는 태양의 궤도가 어떻게 되는지 물은 적이 있었다. 달이 떨어지지 않는 까닭을 물은 적도 있었고, 어미 뱃속에 있는 새끼 양이 어떻게 숨 쉬는지 물은 적도 있었지. 나는 그때의 네 얼굴을 기억한다. 네 동그란 눈은 별처럼 반짝였지. 입꼬리는 호기심에 들썩거렸고. 그런데 지금도 그때와 똑같이 질문을 하는데, 왜 그리 울상인가? 네가 정말 묻고 있는 게 맞을까?



...

"잘 모르겠구나. 나도 너와 똑같이 물었단다. 답을 못 찾았지만."

"그렇군요."


나는 숨을 고르고 아이에게 물었다. 문득 떠오른 질문들을 말이다.


"내가 태양의 궤도에 대해 뭐라고 설명했었니?"

"그날그날 태양 마음대로 간다고 했었어요."

"납득이 갔니?"

"아뇨."


"달이 떨어지지 않는 까닭은?"

"달이 실에 매달려 있었다고 했었어요."

"진짜 그렇다고 생각했니?"

"아뇨." 아이가 나를 흘긋 쳐다보곤 미소 지었다.


"새끼 양이 어미 뱃속에서 어떻게 숨 쉬는지는?"

"어미 양의 배꼽을 통해 숨 쉰다고 했었어요."

"그렇게 믿었니?"

"배꼽이 막혀 있다는 건 나도 알거든요."

나도 아이도 그 말에 웃고 말았다.


"그 질문들이 중요했니? 그걸 알지 못해서 몹시 괴로웠니?"

"그닥요."


"나는 내가 왜 사는지 여전히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까 너처럼 죽상으로 묻진 않는단다."

"죽상이라뇨-"



...

방목을 마치고 양들을 축사로 몰아넣었다. 양치기 개들을 먹이고 아이와 함께 저녁을 먹었다. 나는 그러는 중 내내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해 줘야 할까, 고심했지만 해 줄 대답이 없었다. 왜 살아야 하냐니.


나는 아이에게 산양유를 먹이고, 벽난로 앞에서 불을 쬐게 했다. 아이는 반쯤 감긴 눈으로 앉아 있었다. 아이는 여전히 천진함을 잃은 채였다. 재잘거리지도 잘 웃지도 않았다. 나는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낮에 네가 왜 살아야 하냐고 물었었잖아."

"그랬죠."

"내 대답이 납득이 갔니?"

"아저씨가 그 의문에 크게 관심이 없다는 건 이해했어요."


똑똑한 아이.


"'왜 살까?'라고 묻는 이는 많아. 그러나 그걸 정말 궁금해하는 사람은 몇 없단다. 진짜 묻는 게 아닌 거지. 우는 거야. 고달프고 좌절해서 말야. 양들이 메에- 울듯이, 왜 살까- 왜 살까-. 그게 사람의 울음소리지. 마음이 좀 가라앉으면 울음소리는 그친단다."

"정말요?"

"적어도 나는 그래. 너는 별종일 수도 있겠지."



...

아이는 산양유가 담긴 컵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물었다.


"새끼 양은 어떻게 됐니?"

"축사에 그대로 뒀어요."

"묻어주러 가자."


나는 아이와 함께 축사로 갔다. 새끼 양은 건초더미 위에 잠자듯이 누워 있었다. 나는 아이와 함께 집 뒤뜰에 새끼 양을 묻어 주었다. 아이는 흙을 덮는 내내 눈물을 동글동글 떨구었다.


"미안하구나. 내가 더 살폈어야 했는데."

"... 아니에요." 아이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꾸했다.

"머물고 싶은 만큼 있다가 오렴. 전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해 주고."


나는 아이를 두고 먼저 집으로 돌아왔다. 그게 내 대답이었다. 실컷 울고 오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어리석은 나로서는 그 정도밖에 해 줄 수가 없었다.


여전히 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모르겠다. 그것에 답이 있는지도, 그리고 그 답을 찾는다면 살 다짐이 굳세게 서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괴로움이 흘러 지나가면 그 의문은 사소한 게 되지 않을까. 울상을 지으며 탐구할 필요가 없는, 기꺼이 안고 살아갈 만큼 가벼운, 그런 의문으로 남아.


그래, 태양의 궤도가 어떻게 되든, 달이 왜 안 떨어지든, 태아 양이 어떻게 숨 쉬든, 그런 걸 몰라도 상관없듯이 말야.


어둑어둑하다. 아이가 언제 돌아오려나. 돌아오면 푹 재워야겠다. 내일 아침은 스튜를 해 주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