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최근에 납치된 국왕을 구하겠다는 명목으로 마계로 모험을 떠난 모험가들의 이야기를 들으신 적이 있으십니까? 그 노빠꾸 용사하고 동료들 말입니다."


"그 녀석들이요? 제가 그 친구들 보냈는데 당연히 알죠."


"그렇군요. 그 모험단에 대해 대장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지금 대전쟁 때문에 각국이 애초에 마계로 군대 자체를 못 보내는 상황인데 고작 무기하고 짐만 들고 마계로 간다니.. 참 웃긴 이야기죠. 그래도 나쁜 의도로 가는 것은 아니니까 그들이 성공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그동안 7개국이 뭉쳐서 중립왕국을 만들었지만 아직 시간이 부족한데다 원체 문화도 다르다보니 아직도 타국인에 대한 차별이 많더군요. 저는 그들이 이번 일을 무사히 해내어 슬레이어 연합 왕국 통합의 상징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도 있어요."


인터뷰는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마지막 인터뷰만이 남았다.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은요?"


"우리 슬레이 왕국은 다른 인류왕국들과 수백년 간 적대관계로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백년의 적이라면 마계는 천년의 적입니다. 우리 인류는 서로 간의 감정을 내려놓고 모두 하나로 단합하여 마계에 맞서 인류를 지키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이러한 우리의 결단이 진정 옳은 판단이 되기를 신에게 기원합니다."


슬레이 왕국의 통신원인 나 '인테 브레이터'가 발터 브린스 슬레이 왕국 단장과 인터뷰를 마친 후 성 밖으로 나왔다. 나는 '슬레이어 일간지'의 기자로 최근 성을 떠나 모험을 하고있는 슬레이 출신 모험가의 이야기를 집중 취재중이었다. 위의 인터뷰를 이해하려면 우선 나라의 역사를 알아야한다.


전설에 의하면 이 세계는 수만년 전 탄생하여 늑대의 아들이라 불리우는 '레이모스'가 슬레이 지역에 나라를 세웠고 이후 1대 용사라고 불리는 '우즈레이어스' 대제가 군사를 이끌고 마족들을 몰아내 지금의 영역은 물론 그 주변지역까지 영토를 넓혀 '안타티온 통일 대제국'을 건설하였다. 이후 안타티온 왕국은 여러명의 성군을 거치면서 발전해나갔지만 후대에 이르러 점차 힘이 약해지면서 국가는 17개국으로 나누어졌고 그렇게 서로 전쟁을 하다가 마침내 슬레이어 대전쟁이라는 인류 최대의 비극이 벌어지게 되었다. 이후 대전쟁이 끝난 뒤 살아남은 7개국은 서로 힘을 합쳐 연합왕국을 구축하였고 중간지대에 '중립왕국'이라는 국가를 만들어 연합을 관리하게 되었으며 이것이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평화가 좀 이룩하나 했더니 채 대전쟁 후 5년도 채 안되어 슬레이 왕국 국왕이 마족들한테 납치되면서 다시 나라는 엉망으로 굴러가기 시작한다.


아무튼 간단한 역사설명은 여기까지하고 인터뷰를 마친 후, 나는 술을 마시러 술집에 방문하였다. 그곳에는 매일 술을 제조하는 웨이터와 항상 단골로 오는 펠리온 출신의 거구용사 글루투스가 있다.


"안녕하세요?"

"아이고 기자양반 오늘도 또 오셨네? 뭐 드릴까? 맥주? 와인?"

"오늘은 맥주로 주십쇼"

"알겠네. 자리에 앉아있게나"


그렇게 나는 자리에 앉아 술을 기다리고 있었다. 글루투스가 나를 바라보며 말하였다.


"아이고 기자양반, 또 오셨구먼?"

"네. 글루투스 용사님도 또 오셨네요."

"요즘말야, 내 친구가 레나드 대장과 일하고 있는데 많이 힘들다고 하더라고?"

"뭐 레나드 대장이 자꾸 흑돼지거리고 부하들에게 사소한 일까지 지시하며 다닌다는 겁니까?"

"역시 기자양반답네 ㅋㅋ"


이렇게 대화를 나누던 도중 갑자기 한 백인용사가 얼굴이 심하게 빨개진 채로 나타나서는 글루투스에게 다가오더니 무언가 도발하는 말투로 말하였다.


"저기 흑근육씨? 혹시 저랑 내기 좀 하실래요?"

"내기? 좋지."


그루투스는 백인용사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참고로 재가 왜 흑근육이라고 불리냐면 펠리온 출신 사람들은 대부분 고산지대에 살아 피부색이 어둡고 체격이 크며 근육일 잘 붙기 때문으로 보통 피부가 어둡고 근육질이면 다 펠리온 사람이오, 흑근육이라 부른다. 참고로 사회적으로 무조건 힘이 쎈 사람이 우대받는 문화가 있으며 내기를 좋아한다고 한다.


"자, 그래서 무슨 내기를 하려고 하나?"

"지식내기 어떻습니까? 한 문제만 맞춰도 10만 골드를 드리지요."

"지...식? 그래"


글루투스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지만 의외로 이 내기를 흔쾌히 수락하였다. 아마 다 수가 있을 것 같다.


"당신은 슬레이어 연합왕국의 소속국가가 각각 어느 나라인지는 아십니까?"

"음... 슬레이, 펠리온, 카린, 빅토리아... 나머진 모르겠는데?"

"말레이우스, 카니시아, 엘라냐는 모르시나보군요."

"아 맞다! 이런 나라들도 있었지 참 ㅋㅋㅋ"


글루투스는 머리를 긁적였다.


"자, 그럼 다음 문제 나가요. 현재 중립왕국 관리인의 국적은 어디일까요?"

"음... 모르겠네?"

"정답은 우리 위대한 국가인 슬레이어입니다. 하하하하하!"


역시 저 백인용사는 자기 나라의 뽕을 심하게 빤 것이 틀림없다. 중립왕국의 대표자는 명시적으로 가장 나이가 많은 인물이 차지하는데 현 토마스 푸체는 슬레이 왕국의 사람이다. 이후에도 백인용사는 계속해서 퀴즈를 냈고 그때마다 글루투스는 단 한 문제도 맞추지 못하였다. 그러자 마침내 백인용사가 실성하더니 글루투스를 바라보며 말하였다.


"와 ㅋㅋㅋㅋㅋ 내가 일부러 어려운 거 안내고 기본상식만 냈는데도 한 문제도 못 맞추다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어 ㅋㅋㅋㅋㅋ 역시 펠리온 것들 무식하다더니 사실이었구만?"


그러자 글루투스가 갑자기 정색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말하였다.


"뭐라고? 무식?" 방금 뭐라고했냐? 아무리 니가 좀 취했다해도 일부러 너랑 좀 놀아줬더니 너무 나간다?"

"뭐 원래 술게임은 그렇게 하라고 있는거 아니겠느냐 흑근육"

"혹시 종목 바꿔도 되냐? 너만 유리한거 말고?"

"유리한 종목? 뭐 니가 말하는 종목은 딱 한가지 밖에 없겠지. 콜! 나도 힘이라면 자신있다"

"그래 좋다."


곧바로 글루투스가 술집에 있는 모든 손님들을 바라보며 소리치며 말하였다.


"이봐! 다들 내가 저 버러지같은 녀석을 넘어뜨리는 것을 두 눈으로 지켜보라고!"


그리고 곧바로 두 사람의 치열한 레슬링 싸움이 시작되었다. 백인용사는 호기로운 눈빛으로 글루투스를 바라보며 역습 타이밍을 노리려고 하였다. 하지만 글루투스가 펠리온의 남자답게 순식간에 기습을 시도, 무시무시한 힘으로 상대를 그대로 들어서 엎어치기를 시전하며 완벽하게 제압하였다. 아무리 수많은 용사들을 배출해 가장 강력한 전투력이 가진 슬레이어라지만 펠리온의 생물학적 완력을 이겨내는 데는 갈길이 멀다.


"크하하하! 좋아! 오늘도 시원하게 해결되었구먼!"


역시 펠리온의 남자들은 호전적이고 거침이 없다. 오늘은 그가 승리했기에 저렇게 호쾌하게 웃고 넘어가지만 반대로 그가 패배하였다면 그는 이 식당을 뒤집어 엎고 깽판을 쳤을 것이다. 내가 글루투스에게 말했다.


"승리를 축하합니다. 당신이 이길 줄 알았어요."

"뭐 저렇게 도발하는 버러지들은 수시로 패줘야죠.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아직도 흑근육 이지랄입니까?"

"하긴 맞는 말이죠."

"그나저나 기자양반, 그 용사들하고 레나드의 소식은 어떻게 됩니까? 특히 레나드 쪽은 제 친구도 같이 따라가서 그런지 더 관심이 있습니다만 그 꼰대같은 대장하고 잘 다니는지 궁금해서 말이죠."

"글쎄요? 용사들은 카작의 수인마을로 간 것 같고 레나드씨는 아직도 소식이 잘 안들리는군요."

"저런... 일단 알겠습니다."


이후 나는 술을 다 마신 후 살짝 취한 상태로 집에 돌아와 원고를 전부 정리하고 그대로 침대에 다이빙하였다. 그리고 이튿날 일어나서 일 좀 하려는데 갑자기 편지 하나가 내게 도착하였다. 도대체 어떤 편지길래 하고 열어봤는데 내용이 워낙 충격적이었다.


'레나드 일행, 레나드 제외 전원 사망... 레나드는 현재 실종'


레나드 일행 사망이라니. 글루투스 양반에게 좋지 않은 일이겠구먼. 참 안타까운 일이지만 사람들한테 이 소식을 전해야 할 듯하다. 나는 이 소식을 확인한 뒤 슬레이어 뉴스에 넣었고 곧바로 왕국 전체 일간지에 실리게 될 듯 하다. 잠시후, 광장으로 나와보니 사람들이 소식을 듣기 위해 몰려있었고 나무판 아래에는 글루투스가 쓰러져 오열하고 있었다.


"하....."


아무리 객관적인 사실을 전달하는 기자라지만 나도 사람이고 슬레이어 연합 왕국의 국민이다보니 이를 가만히 두고 지켜볼 수 만은 없었다. 나는 곧바로 글루투스에게 다가가서 위로하며 말하였다.


"참 안타까운 일이에요. 그래요 장렬하게 싸우다가 전사하셨다고 하니 좋은 곳으로 가셨을 겁니다."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볼 수 없다는게 너무 슬프지요."


펠리온 사람들은 자신들이 전쟁에서 전사하면 천국에 갈 수 있다고 믿어 최선을 다해 싸우며 그렇게해서 죽으면 명예로운 용사로 대우한다. 그래도 녀석도 사람이라 그런지 친구의 죽음에 슬퍼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는 그를 위로하며 그의 슬픔을 달래주었다. 이후 우린 같이 전에 술을 먹던 술집으로 이동하였고 글루투스는 평소와 다르게 상당히 침울해진 모습으로 가라앉아 있었다.


"괜찮아요. 하늘에서 친구가 당신을 지켜볼 것입니다."

"그래도 기분이 썩 나아지지 않네요. 최고의 용사가 되겠다는 제 꿈을 위해 펠리온을 떠나 슬레이 왕국으로 왔건만 와서 흑근육돼지 소리나 듣고 전사소식만 들으니 참..."

"그러게요. 매일 술집에서만 봤지만 당신을 볼때마다 항상 기분이 복잡해지긴 합니다."

"하아..."


이때 글루투스가 들고있던 술잔을 내리치고는 나에게 말하였다.


"모험을 떠나야 겠네요."

"네? 갑자기 모험이요?"

"아무래도 그 친구를 위해서라도 모험을 떠나는게 나을까 해서요. 저도 용사인데 뭐 하나 업적을 쌓아야죠. 4대 용사들처럼은 아니더라도 저도 역사에 이름 한줄이라도 남기고 싶으니까"

"음..."


술에 취해있는 상태라지만 차마 술에 취했다는 말은 못할 것 같았다. 용사가 된 이상 갑자기 뱉어낸 말이라도 목숨이 아깝지 않은 것은 당연하니까... 그렇게 계속 이야기를 나눈 후 나는 술에 취한 용사를 데리고 이동하였다.


"집이 어디에 있나요?"

"저어기 허름한 집이요."


나는 글루투스가 가리킨 집으로 이동해 그를 데려다주었다. 처음 와본 글루투스의 집은 생각보다 매우 허름하였고 부실하였다. 이런 곳에서 살았으니 그의 타향살이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느껴진다. 나는 그를 집으로 보낸 뒤 집으로 돌아가면서 이 사회가 진정한 평화로 나아가기엔 아직 멀었다는 것을 느낀다.


다음날, 나는 다시 기상하여 집 밖에 나왔다. 그런데 집 앞 우편함을 열어보니 정체불명의 편지가 있었다. 그래서 편지를 꺼내었고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기자양반, 혹시 오후에 시간 되십니까? 모험과 관련하여 이야기를 전하고자 하는데 위치는 아래에 써놨으니까 시간되면 그곳으로 오시지요. - 글루투스 -"


모험을 떠난다는게 단순히 술주정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어차피 재택근무인거 시간 좀 내서 나는 식당에 가고자한다. 도대체 저 녀석의 모험이 무엇인지 나도 궁금하니까 말이다.



이 소설은 노빠꾸 용사의 외전이자 동시에 제가 연재할 '슬레이어 세계관'의 배경이 될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시간날 때마다 자주 연재할 것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https://arca.live/b/writingnovel/86609384

참고로 노빠꾸 용사를 읽어보고 싶으신 분들께서는 위 링크를 참고하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