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부러진 이 길

부서진 보도블록이 나열된 이 길은

누군가 마지못해 걸어나간 곳 일지도 모릅니다


콘크리트로 둘러쌓인 오늘

어쩌면 어제

이 길은 어떤 이가 만든 길이였을테지요.


벽 틈새에 자라난 이름 모를 풀이 제 눈에 뜁니다.

머릿 속에선 잊혀졌었던 아니

보질 못해도 살아가는 모습을 보입니다.


죽음을 무릅쓰고 고귀히 자란

풀을 보며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나는 그대로지만 어제와 사소히 다른

이 길을 좋아하는 이유없는 까닭은

이런 것일지도 모를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