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석거리는 눈과 번들거리는 머리

나는 가라앉고 있어


번쩍이는 화면과 기름진 음식들

나는 세상을 뜯어먹어 버렸어


펭귄은 더 이상 날 수 없다지

하늘따윈 쳐다도 보지 않는게 좋아


초라한 날개와 멍청한 눈깔

세상은 펭귄을 뜯어먹어 버렸어


천연덕스러운 역행의 속도는 시속 1mm

미지근한 지금에 발담그면 어느새


끊임없이 그러나 나른하게 벌써

세상은 나를 뜯어먹어 버렸어


벌겋게 떠버린 눈가에는

하늘의 눈부신 태양이 빛나지만


쪼그라든 날개와 병신같은 눈깔

그런건 쳐다도 보지 않는게 좋을거야


한 걸음 한 걸음 뒤로 가다가

나는 어느새 나마저 잡아먹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