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위가 묘하게 끈적거린다. 수납장에 놓인 알코올을 가지고 와서는 네 번 뿌린다. 물 따위는 전혀 섞이지 않는 알코올에 코가 아프다. 약하게 켜진 전등 아래에서 반사된 방울들을 괜히 들여다 보다가 휴지로 문질러 닦는다. 곧 손에서도 알코올향이 나겠지.

 손끝을 책상 위에 가져다 댄다. 수건으로 미리 닦아 건조한 손가락이 기분 좋은 마찰을 만들어낸다. 흡족해 하며 의자에 앉는다. 기지개를 크게 펴고, 노트북을 켠다. '빛이 있으라.' 하고 전원을 누르니 팬이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바탕화면이 나온다. 오늘은 무얼 써볼까 생각한다. 차차 생각해 보자.

 기울기, 발산, 회전, 라플라시안. 발산 정리, 스톡스 정리, 조화함수. e리터라고 적힌 플라스틱 물병 너머 메모지가 그렇게 붙어져 있다. 

 책상 위를 묘사해 보자. 책상은 독서실 책상. 제일 위 열고 닫을 수 있는 수납장이 한 칸, 그 아래 잡다한 것들과 펜꽂이, 노트북을 보관해 놓는 수납장이 또 한 칸. 제일 아래 책상에는 필기용 공책과 잡문을 써 놓은 파일철, 기사 시험에 써먹을 기출 문제집 한 권, 패드 2개, 택배로 받은 대학 졸업장이 하나 있다. 

 제일 위 수납장에는 책들이 가득 꽂혀있다. 반도체 소자 공학, 공업 수학, 전자회로, 교육학개론. 4년 간의 시간이 그 속에 녹아있다.

 그 아래에는 크게 세 공간으로 분리된 수납칸이 있다. 제일 좌측은 펜꽂이가 5개, 검정볼펜들의 집합, 색깔 볼펜들의 집합, 연필들의 집합, 기타 것들의 집합으로 다시 나뉘어져 있다. 그것들의 우측에는 나무로 된 높이 7cm 정도의 받침대가 있다. 아래에는 노트북을 두고, 위에는 지갑이나 휴대폰, 작은 사이즈의 책들을 둔다. 

 마지막 책상 위는 방금 설명했으니 생략하도록 하자.


 나는 묘사 연습을 한 것일까. 무언가 서정을 담을 것을 쓰고 싶었지만, 오늘은 그런 것을 쓸 기분이 아니라 젖은 휴지 같은 글을 썼다.


 젖은 휴지는 당장에 쓸 데가 없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마르면, 원래의 제 모습보다는 못할지라도 제 역할은 충분히 할 것임을 나는 안다.


 지금의 나는 젖은 휴지다.


 지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