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언제나 혼자였다. 친구 무리에도 끼지 못했다. 타인으로 자리잡혀 괴롭힘 당하거나 놀림감으로 전락하는 일이 많았다. 


그렇다고 가족들이 도움을 제대로 줬냐하면 그건 아니었다. 엄마는 돈 버느라 야간 식당일을 하셨고, 우리 남매를 제대로 챙겨주는 일이 드물었다. 누나? 나를 감정의 쓰레기통 노예 취급할 뿐. 설령 아버지가 살아계셨다 해도, 이전부터 빚문제와 외도문제로 엄마와 치고박고 싸웠던 거 생각하면...

한마디로 자기 자신들 조차 제대로 챙길 겨를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저 거대한 빚더미로 남의발목 잡히지 않게 사는 것만 해도 감사할 뿐.)


그래서 사람이란 믿을 수 없다. 내가 내린 결론이다. 가족도. 친구란 족속도 내 상처를 덮어주지는 않을 망정 엉터리 같은 궤변을 충고랍시고 건네주고는 이윽고 추악한 자존감을 충족시킨 채로 무책임하게 떠나버리기 일쑤다.


설령 선량한 자에게 도움의 손길을 받는다해도, 그 것은 내 자신과 타인을 가장 잔인하게 짓밟는 짓이 되버리기 마련이다. 도움 따위에 의존하여 정신마저 나태해져 버리고, 결국 도움 준 사람을 원망하는 구걸꾼이 되버리니까.


차라리 고립이 낫다. 고통도, 슬픔도 나 혼자 끌고 다니는 것이 낫다. 이해받아야할 필요도 없고, 이해못한다며 배척받을 일도 없으니까. 나에겐 그저 말못할 고민들을 누구에게도 확실하게 발설하지 않는 상담사와 정신과 의사만 있으면 된다.